자식에게 때론 모진 부모가 되라

2009. 3. 31. 15:47좋은 글, 이야기

"자식에게 때론 모진 부모가 되라"

영화 '말아톤'을 본 사람들이 많겠지요.
이 영화는 자식을 키우는 모든 부모의 이야기입니다. 자식이 자기보다 하루 먼저 죽는 것이
소원일 만큼 절절한 자식 사랑을 숨긴 채, 아이에게 좀 더 뛰라고 채찍질하는 초원이 엄마
의 모습…….

이 영화는 지금의 젊은 부모들이 외면하고 있는 또 하나의 엄마 노릇을 심각하게 일깨워
줍니다.
'자식에게 때론 모질어야 한다.'

아이가 뛰어놀다 넘어져 무릎에 상처만 나도 가슴이 저린 게 부모의 마음입니다. 그런데
아이를 엄격하고 냉정하게 훈육한다는 건 웬만한 결심으론 쉽지 않은 일입니다. 자녀가
성숙한 인격체로 자라나 거친 세상을 흔들림 없이 살아가길 바라는 부모라면, 아이가 하는
말에 늘 오냐오냐해서는 안 됩니다.

아무리 험한 세상일지라도 아이는 그 속에서 홀로 살아가는 법을 배워야 하지요. 해 달라
는 대로 다 해 주는 부모 밑에서 자제와 도덕을 모르고 자란 아이가 세상에 홀로 섰을 때
과연 쓰러지지 않고 버틸 수 있을까요?
아이의 말이라면 무조건 들어 주면서 부모들은 변명하겠지요. 그것이 아이의 자신감을
살리고, 용기를 북돋우며, 나아가 창의성을 길러 주는 방법이라고.
하지만 핑계야 어떻든 냉정히 따져보면 그것은 부모의 이기심일지 모릅니다. 조금 더 쉽게,
마음 편하게 아이를 기르고 싶은 나약한 부모의 마음인 것입니다.

한 번 생각해 보세요. 아이와 갈등하며 싸우는 것보다는 마음껏 안아 주고 아껴 주는 것이
훨씬 쉽지 않겠어요?
물론 그 또한 아이에게 필요한 것임에는 틀림없습니다. 아이들은 부모의 사랑을 먹고 자라
는 존재이니까요. 그렇다 하더라도 그런 사랑 표현이 자녀의 인생에 진정 도움이 되는가는
또 다른 문제입니다.

무턱대고 아이의 말을 들어 주고, 아이가 원하면 뭐든지 해 주는 것이 바람직한 엄마 노릇인
지 다시 생각해 봐야 합니다.
나무를 기를 때 흔히 가지치기를 하지요. 제멋대로 웃자란 가지를 제때 자르지 않으면 나무
는 숲에서 막 자란 잡목처럼 제 꼴을 갖추지 못하게 마련입니다. 다 자라서도 본연의
아름다움을 보여 주지 못하고, 쓸모도 없고요.

이와 마찬가지로 성장기 아이에게 그때그때 적절한 부모의 따끔한 가르침이 꼭 필요합니다.
그런 충고, 자극, 꾸중, 채찍이 없다면 온전한 인간으로 자라기 어렵습니다.

가지치기를 처음 하는 사람은 가위질이 서툴 수밖에 없지요. 그래서 나무에게 해가 되지는
않을까, 또 못할 짓을 하는 건 아닌지 하는 의구심이 들 수도 있어요.
초원이의 엄마 역시 그런 마음이 있었을 터입니다. 아이가 자기 말을 따르느라 힘겨워하는
모습을 볼 때 온갖 생각이 다 들었을 것입니다. 이것이 정녕 아이를 위하는 일인지, 또 아이
와의 관계를 더 나쁘게 하지는 않을지……. 갈등이 이만저만 아니고, 마음 또한 아팠지요.
그럴수록 그녀는 스스로 모질어졌습니다.

그런 결정을 오직 혼자서 했으니 더 힘들고, 어려웠을 텐데 말입니다. 날마다 힘들어 하고
누구에게도 속마음을 제대로 들어내 보이지 못한 채 혼자 눈물짓는 모습에서 모진 엄마가
되는 길이 얼마나 힘든지를 알 수 있습니다.

그녀는 또 '사랑과 집착을 구별하라.'는 가슴에 멍이 들 만큼 아픈 말을 들으면서까지 아이
를 뛰게 만드는 나쁜 엄마가 되었어요.
그 모질고 나쁜 엄마 덕분에 초원이는 마라톤 결승선을 넘을 수 있었습니다. 아마도 그것은
힘들어하는 아이를 보면서도 자신의 선택이 정녕 아이를 위하는 길이라는 신념으로 끝까지
포기하지 않고 노력한 결과입니다.

모진 부모가 된다는 것이 아이의 감정과 욕구를 깡그리 무시함을 뜻하지는 않습니다. 아이
의 감정을 받아들이고 너그럽게 대하지만, 바람직하지 못한 행동에 대해서만큼은 냉정하게
대처하는 것이 모진 부모의 진정한 자세입니다.

아이의 눈물이나 애원, 주변의 시선 따위에 흔들리지 않고 '안 돼!'라고 단호히 말하는 용기
입니다.
아이에게 하는 '안 돼!'라는 말은 보통 사람들 사이에 쓰이는 것과는 다릅니다. 아이가 부모
를 원망해도, 또한 그런 아이 탓에 부모 자신이 상처를 입어도, 아이를 위하는 마음으로 그
아픔을 달게 받으며 하는 말이란 뜻입니다. '사랑한다.'는 말보다 더 지극한 사랑의 표현이
지요.

때론 모질어야 옳은 부모입니다. 아이에게 '안 돼!'라고 말하는 아픔을 감당할 수 있는 마음
을 가져야 합니다. 그 아픔조차 감수하는 것이 성숙한 부모의 바른 자세입니다.

(글: 문용린 교수, 서울대 교육학과 교수)


-송 남 용 목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