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 때문에

2011. 5. 13. 09:43좋은 글, 이야기

너 때문에

 

 

 

    짧은 시간에 가장 사람을 많이 죽인 단독 살인범으로 세계 기네스북에 등재된 사람이 있습니다. 이 사람은 1982년 한국 사회를 떠들썩하게 했고 또 세계에 뉴스 해외토픽을 크게 장식했던 사건의 주인공입니다. 이 사건은 경남에서 일어났습니다. 의령의 한 경관이 4개 마을을 돌아다니면서 흉기 난동을 벌였고 장장 8시간 동안 무차별 총격으로 주민 62명이 죽고 37명이 부상을 당하는 끔찍한 사건이었습니다. 이 도무지 실감나지 않는 일에 경찰도 속수무책이었고, 결국 범인 자신이 스스로 목숨을 끊음으로 끔찍한 참사는 막을 내렸습니다. 

 

    그런데 이러한 비극적인 일이 사소한 동거녀와의 싸움에서 발단이 된 것으로 조사 발표되자 국민들은 놀란 입을 다물지 못했습니다. 아무 것도 아닌 일에 같이 살고 있던 남여가 말다툼을 하고, 그 말다툼이 조금 도를 넘어 지나치자 여자는 남자에게 ‘너 때문에, 내가 이렇게 죽도록 고생만 한다.’고 대들었습니다.

 

    가난한 가정에서 자라서 생긴 열등감이 항상 그를 지배했고 또 결혼 비용도 없어 결혼식도 제대로 올리지 못하고 사는 것에 대한 무능함이 주변 사람들이 자신을 무시한다고 생각하는 피해 의식까지 잠재의식으로 깔려 있었는데 그만 동거녀가 그 남자를 이 세상에서 가장 멍청한 바보 병신으로 몰아갔습니다. 동거녀의 ‘너 때문에’ 라는 이 한마디는 그 남자의 중추신경계를 마비시켰고 결국 그는 예비군 무기고에서 카빈소총과 실탄 수류탄을 탈취하여 우체국의 전화교환원을 살해하여 통신망을 두절시키고 주변 4개 마을에 들어가 무차별 살상을 하게 된 것이었습니다. ‘너 때문에’ 아무 것도 아닌 말 같지만 이 말 한 마디가 엄청난 비극을 만든 것입니다.

 

    오늘날 텔레비전에서 방송하는 드라마의 대부분의 소재는 ‘너 때문에’로 일어나는 이야기 들입니다. ‘너 때문에’ 연인이 갈라서고, ‘너 때문에’ 가정이 파탄되고, ‘너 때문에’ 기업이 망하게 됩니다. 나 때문에 연인이 갈라서는 경우는 볼 수 없고, 나 때문에 가정이 풍지박살 나는 경우도 볼 수 없으며, 나 때문에 회사가 망하지도 않습니다.

 

   심지어 유행하는 노래들도 ‘너 때문에’라는 내용이 많이 포함되어 있습니다. 대한민국의 대표 여성그룹인 애프터 스쿨이 부른 ‘너 때문에’라는 노래는 발표되자마자 음악 사이트 차트 1위를 차지하며 히트를 쳤습니다. 가사 내용을 들여다보면 ‘너 때문에 많이도 울었어 너 때문에 많이도 웃었어 너 때문에 사랑을 믿었어 너 때문에 너 때문에 모두 다 잃었어.’입니다. 모든 것이 다 너 때문이라는 것입니다.

 

    이러한 가사 때문에 금지곡으로 까지 선정된 곡도 있습니다. 그것은 1973년도에 발표된 이장희 씨의 ‘그건 너’입니다. 오, 육십 대 중년층이라면 모르는 사람이 없을 정도로 폭발적인 인기를 끌었던 노래입니다. 발표되자마자 대단한 반향을 일으키며 이장희라는 이름을 대한민국의 가요 사에 올려놓았습니다. 그러나 그 곡은 발표되어 큰 유행을 일으키자마자 1975년 정부의 가요정화운동에 의해 금지곡으로 막을 내렸습니다.

    모두들 잠들은 고요한 이 밤에 어이해 나 홀로 잠 못 이루나 넘기는 책속에 수많은 글들이 어이해 한자도 보이지 않나 그건 너 그건 너 바로 너 때문이야. 어제는 비가 오는 종로 거리를 우산도 안 받고 혼자 걸었네 우연히 마주친 동창생 녀석이 너 미쳤니 하면서 껄껄 웃더군 그건 너 그건 너 바로 너 때문이야.’ 이 곡이 문제가 된 것은 가사 때문입니다. 금지곡이 된 이유는 모든 책임을 남에게 전가 시킨다는 이유였지만 사실 밤에 잠 못 이루는 것이 그 당시 유신체제의 독재 밑에서 신음하고 있는 국민들을 빗대어 표현했다고 해서 금지시킨 것입니다.

 

     어느 국가를 막론하고 사회적인 문제가 발생하는 그 근본에는 가정이라는 울타리가 훼손되어서 일어나는 것이 대부분입니다. 그러므로 건강한 사회가 되기 위해서는 먼저 건강한 가정이 우선되어야 합니다. 그런데 오늘날의 가정은 너무 심하게 병들어 있습니다. 그리고 그 병의 원인은 ‘너 때문이야’라는 책임 전가에 있습니다.

 

    오늘날 가정의 문제들은 거의가 나 자신의 책임이 아닌 상대방의 책임으로 돌리는 것에서부터 시작됩니다. 부부사움은 여러 가지로부터 시작되지만 끝에 가서는 당신 때문이라는 그 한 가지로 종결됩니다. 이혼이라는 종착역도 당신 때문이라는 것으로 결론 내려집니다.

 

    부부싸움 할 때 꼭 양념으로 들어가는 말이 ‘당신 때문에, 내가 당신하고 결혼해서 신세 망쳤다’는 말입니다. 그리고 꼭 그 말이 들어가면서부터 부부싸움의 격이 틀려집니다. 손이 올라가고 물건들이 왔다 갔다 하고 그리고 울음바다가 터지면서 ‘내가 못살아’라고 고함치면서 부부싸움은 절정으로 치닫습니다.

 

   이 세상에 강제로 납치되어서 결혼하여 사는 사람은 아무도 없습니다. 결혼은 나에 의해 결정되어서 한 것입니다. 사람들 앞에서 축하를 받으면서 자신의 의지로 결혼한다고 세상에 공포하기 까지 했습니다.

 

     우리는 이민이라는 특수한 상황에서 속에서 살고 있습니다. 어렵고 힘든 이민생활 속에서 우리는 툭하면 당신 때문에 여기까지 와서 고생한다는 말을 쉽게 합니다. 가정이라는 울타리는 어느 한 사람에 의해 결정되는 것이 결코 아닙니다. 내가 싫은데 끌려서 이 호주까지 온 사람은 아무도 없습니다. 이 땅에 온 것은 분명히 나의 책임도 있습니다.

 

     특히 이민의 삶을 살면서 우리 어른들은 너무나 쉽게 ‘자식 때문에’라는 말을 합니다. 너희들 때문에 호주로 왔고, 너희들 때문에 부모가 힘든 고생을 하고 있고, 그러니 너희들이 잘해야 한다. 그래서 자녀들은 보이지 않는 중압감에 시달리게 됩니다. 공부에 대한 부담, 앞날에 대한 부담감 등 모든 것들이 어두운 그림자로 다가옵니다. 그래서 우울증으로 고생하는 우리 이웃의 자녀들이 많이 있는 것을 보게 됩니다.

 

     그런데 사실 부모들이 자녀들 때문에 이곳에 왔습니까? 냉철하게 생각해 본다면 그것은 자식 때문이라는 핑계밖에 되지를 않습니다. 이렇게 올 수 밖에 없는 자신의 상황 속에서 이 땅에 와 놓고는 자식 때문이라고 말합니다. 그렇게 말하고는 부모 자신들은 스스로 위안을 받지만 자식들은 보이지 않는 중압감에 시달릴 수밖에 없습니다.

 

    최초의 가정인 아담과 하와도 하나님께서 금하신 선악을 알게 하는 나무의 열매를 먹은 후 그 책임을 ‘너 때문에’ 라고 하였기 때문에 최초의 가정이 병들고 아프기 시작했습니다. 그 아픔과 병이 지금도 우리의 가정에 흐르고 있습니다. ‘너 때문에’ 라고 말하며 상대방을 향하고 있는 손가락은 분명 하나이지만 그러나 자신을 향하고 있는 손가락은 분명히 세 개입니다. 지금 가정에 어려움을 겪고 계시는 분이 이 글을 읽는다면, 그래서 가정의 어려움의 원인이 상대방 때문이 아니라 바로 나 때문이라는 사실을 조금이나마 인지한다면 우리의 가정도 행복하고 건강한 에덴동산으로 회복될 수 있습니다. 이 가정의 달 5월에 말입니다.

 

출처/창골산 봉서방 카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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