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님, 힘이 듭니다. 도와 주십시요. 연약한 나를 도와 주십시요”
누구나 그렇지만, 항상 수고로운 우리네 삶이지만, 그날은 몹시도 더 힘들었습니다. 가을 쌀쌀한 기운에 고개 숙이는 꽃잎처럼 기분도 고개 숙인 채 도무지 밝아지지 않았습니다.
하루 전날 아는 한 사람으로부터 어려운 삶의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친한 사이도 아니고 알고 지낸 사이도 아니나 그냥 마음이 몹시 무거웠습니다. 그리고 저녁에는 회사에서의 속상한 일로 아내가 언짢은 표정으로 퇴근을 하였습니다. 저도 덩달아 기분이 좋지 않았습니다.
다음날 아내는 하루 쉰다고 전화를 하고 출근을 하지 않았습니다. 어제의 우울한 기분을 안고 방안에 누워 있었습니다. 이럴 때 제가 해야 하는 일을 압니다. 어디든지 데리고 나가는 거지요.
저는 여자분들에 대해서 잘 모릅니다. 단지 아는 것은 분명 남자랑은 많이 다르다는 사실입니다. 분명 다르더군요.
아마 대부분의 여성들이 그렇다고 알고 있지만 아내는 쇼핑을 좋아합니다. 한 번 실수로 쇼핑 나들이를 따라 나섰다가는 아주 혼쭐이 납니다. 상점의 모든 물건을 다 만져보고 싶어하니 관심없는 제겐 지루하고 힘든 일이니까요!!
그 날도 길을 함께 걸어가다 말고 길가에 진열된 이런저런 옷가지를 보더니 만지기 시작했습니다.
이럴 때는 그냥 조금 앞선 장소에서 가만히 서 있습니다. 한참 뒤적거리기만 하다가 가게주인 속만 뒤집어놓고 곧 오거든요.
앞선 장소에서 혼자 가만히 서 있는데 이런저런 생각들에 마음이 힘들어지더군요. 아는 사람의 불행, 아내의 힘들어하는 모습, 목회자로 살아가면서 만나는 사람마다 들리는 애타는 한 숨 소리....
저도 사람인데, 성정도 본시 약하고 건강도 좋지 않아서 늘 힘든데, 늘 마음을 주고 사랑을 주고 모든 사람을 이해하고 안아주어야 하는 목회자의 일이 새롭게 수고로움으로 다가왔습니다.
하지만 목회자로 살아보니 가슴속에 좌우명처럼 새겨지는 문구가 있더군요. 그것은“모든 사람은 힘들어한다”입니다.
그래서 제가 힘들어도 가능한 다른 사람에게는 사랑과 위로를 주려고 조금씩 노력을 합니다. “목회란 별 것이 아니고 사람들을 격려하고 안아주는 것이다”라는 생각이 조금씩 가슴에 자리를 잡습니다.
그런 생각을 품고, 마음은 무거우나 아무데도 말할 곳 없는 목회자의 가슴으로 아직은 찬 바람이 부는 도시의 한 거리 모퉁이에 서 있었습니다.
문득, 언젠가 주님이 가르치신 “생명전이의 법칙”이 생각났습니다.
“풀은 초식동물에게 뜯기우나 그들을 향해서 댓가를 요구하지 않는다. 다시금 태양을 바라본다. 너도 힘들면 네가 사랑을 베푼 이들이 아니라 내게로 오너라”
스치는 주님의 가르치심에 길모퉁이에서 방언으로 기도를 조용히 시작했습니다. 가끔은 마음에 감동이 임하면 소리가 커지기도 하고 하니 길가는 사람들이 가끔 쳐다봅니다. 생긴 것은 한국사람 비슷한데 영어 비스무리한 말을 해대니 신기한 모양입니다.
사람들이야 보던지 말던지 겨울바람이 부는 하늘위로 답답한 마음에 기도를 드렸습니다.
“주님, 힘이 듭니다. 도와 주십시요. 연약한 나를 도와 주십시요. 본시 본성이 부족한 사람이 목회자로서 모든 사람에게 생명과 진리와 사랑을 나누어야 하는 삶이 힘이 듭니다. 도와 주십시요”
굶주림에 울부짖는 아기새의 주홍빛 울음으로 하늘을 향해 짹짹 부르짖었습니다. 저의 답답하고 무거운 마음을 아셨는지 주님이 감동하셨습니다. 그리고 말씀하셨습니다.
“네가 나의 도움을 필요로 하는 것 보다 내가 너를 더 도와주기 원한다”
주님의 음성을 듣고나니 그러겠다 싶었지만 저는 주님이 우리가 원하는 것보다 더 도와주시기 원한다는 사실은 처음 알았습니다. 몹시 기뻐더군요. 다시금 주님께 물었습니다.
“어떻게 하면 주님의 능력을 덧입습니까? 어떻게 하면 내가 아닌 주님의 능력으로 살아갈 수 있습니까? 어떻게 하면 주님이 도와 주십니까?”
한 동안, 아니 만 하루 동안 아무런 말씀도 하지 않으셨습니다. 이 물음에 대한 답은 다음날 주일 예배 기도시간에야 말씀하셨습니다. 주님이 감동으로 이르셨습니다.
“나를 사랑하라. 그리고 나를 찾고 찾고 찾고 찾으라... 찾고 찾고 찾으라”
그리고 마지막으로 한 말씀 더 이르셨습니다.
“그리고 나를 따르라... 나를 따르라...”
잠8:17 나를 사랑하는 자들이 나의 사랑을 입으며 나를 간절히 찾는 자가 나를 만날 것이니라
마7:7 구하라 그러면 너희에게 주실 것이요 찾으라 그러면 찾을 것이요 문을 두드리라 그러면 너희에게 열릴 것이니
마7:8 구하는 이마다 얻을 것이요 찾는 이가 찾을 것이요 두드리는 이에게 열릴 것이니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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