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내 살인자에서 교도소 선교사로
2008. 2. 19. 11:27ㆍ신앙간증
| 아내를 죽였다. 종신형이 떨어졌다. 생지옥에서 살다가 수감생활 22년만에 석방되는 기적이 벌어졌다. 그리고 한국으로 추방. 교도소 간증사역자로의 새 삶… 어떻게 한 인생이 이리도 극적일 수 있을까. 23년전 한인타운을 떠들썩 하게 했던 'H횟집 살인사건'의 범인 이본(56)씨가 살아온 길이다. 올들어 가장 춥다던 지난 14일 서울 성북구 정릉의 야트막한 야산 한자락에 위치한 그의 보금자리인 '십자가 쉼터'를 찾았다. 1년가까이 된 서울생활이 제법 몸에 익어서일까. 장기수의 어두운 과거는 찾기 어려울 정도로 환한 미소로 그는 기자를 맞았다. 그에게 살인자의 멍에가 지워진 것은 1985년 5월3일 오후 7시. 당시 11가와 웨스턴에 있던 H횟집에서 그는 동갑내기 아내 임모씨를 살해했다. 총을 쐈다. 5차례나. 자신과 결혼해 영주권을 받자마자 집을 나간 아내였다. 배신감에 혼인 무효소송을 제기하자 깡패들을 시켜 소송을 취하하라며 1년 6개월을 협박했던 아내였다. "제정신이라면 그런 끔찍한 일을 벌였겠습니까. 그때 권총에 7발을 채우고 예비탄창에 7발을 더 채우기까지 했죠." 분노가 눈을 가렸고 증오가 방아쇠를 당겼다. 가슴에 세발 확인사살을 위해 머리에 두차례 더. 그리고는 끝이었다. 법원은 그에게 17년~종신형을 선고했다. 앞에 17년이 붙었지만 가석방이 없는 조건이었으니 무기징역이나 마찬가지였다. '살아도 사는 것이 아닌' 생지옥이 그를 기다렸다. "감옥에서 두 번 자살을 시도했죠. 모든게 끝이라 생각했으니까요. 백알 넘게 알약을 삼키기도 하고 목을 메달기도 하고…. 그래도 안 죽데요. 사람 목숨 참 질깁디다." 이후에도 죽을 고비는 '되돌이표' 처럼 계속됐다. 한번은 필리핀계 갱단원이 휘두르는 생크(교도소내 사제 칼)를 맨손으로 잡아 목숨을 건지기도 했다. 사방이 꽉 막힌 절망의 끝에서 "죽자 죽어야 한다"고 외치던 그에게 신앙은 '갑자기' 찾아왔다. "어느날 문득 같은 교도소에 있던 죄수들 얼굴이 예수님처럼 보였어요. 살고 싶어졌죠." 우선 이름을 바꿨다. 다시 태어난다는 뜻의 단어 '리본(reborn)'을 택해 '이 본'으로 고쳤다. 91년 본지에 연재했던 '회색벽에 쓴 독백'이라는 제목의 옥중수기도 바로 이때 탄생했다. 그렇게 모범수 생활을 하던 지난 2006년 10월17일. 믿을 수 없는 기적이 벌어졌다. "오전에 재봉틀 작업을 하던중이었어요. 교도관이 갑자기 '집에 가라'고 하더라고요. 처음엔 무슨 소린질 몰랐죠. 10분쯤 지났나. 온몸이 떨려왔어요. 이제 자유의 몸이 되는구나하고." 꿈에도 그리던 자유는 그렇게 예고없이 찾아왔다. 물론 곧바로 추방명령이 떨어져 친지 하나 없는 한국으로 쫓겨나야 했다. 그후 한국생활 10개월 째다. '갇혀있던 22년'은 그가 예상했던 것보다 훨씬 더 따라잡기 힘든 시간이었다. 가장 충격을 받은 건 김치와 인터넷 그리고 셀룰러폰이다. "갇혀있는 동안 김치가 가장 먹고 싶었습니다. 그래서 먹었더니 일주일동안 설사로 고생만 했어요." 22년간 '교도소 샌드위치'에 길들여진 그의 위가 고춧가루를 받아들이지 못한 탓이다. 그래도 김치는 교도소 가기전에 먹었던 음식이니 좀 나은 편이다. 셀룰러폰이나 인터넷은 22년전엔 아예 존재하지도 않던 단어다. 어디 그뿐이겠는가. 그에겐 그야말로 모든 것이 생소할 뿐이다. 그래도 이젠 셀룰러폰으로 본인 홈페이지를 운영할 정도로 익숙해졌다. 사회 적응 훈련을 마치고 그는 서울에 있는 '십자가 선교회' 소속 간증 사역사로 새 삶을 살고 있다. 그래서 '쳐다보기도 싫다'는 감옥을 매달 2차례씩 찾고 있다. 이씨의 고통이 재소자들에게 '희망'을 주기 때문이다. "간증이 반응이 좋아요. 그때 그 사건과 수감생활을 떠올리는 것 자체가 고통이지만 속죄하는 길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는 오늘도 기도한다. 용서를 바라기 보다 용서를 구할 용기를 달라고. 그리고 감사한다. "고난이란 축복을 주셨음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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