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 6. 19. 11:16ㆍ좋은 글, 이야기
차 안에서 서로를 부둥켜안고 엉엉 울고 말았습니다
지난 주 사랑하는 큰 아이가 대학을 졸업했습니다. 호주 대학이 졸업하기 쉽지 않다는 말들을 많이 들었는데 이렇게 모든 과정을 잘 마쳐준 딸이 고맙기만 했습니다. 지금 호주에서는 심각한 실업률로 고통가운데 있고 대학 졸업을 해도 취직이 쉽지 않다고 이구동성으로 말하는데 이 어려운 시기에 시드니의 큰 병원에서 근무를 하게 되어 얼마나 감사한지 모르겠습니다. 이 모든 것이 하나님의 은혜임을 고백합니다.
나도 여느 부모님처럼 사랑하는 큰 딸 아이의 대학 졸업식에 갔었습니다. 졸업식을 보면서 나는 가슴속 깊은 곳에서 흐르는 뜨거운 눈물을 주체할 길이 없었습니다. 아이를 위해서 아무 것도 해 준 것이 없는데 벌써 저렇게 성장해서 대학교를 졸업하고 또 호주의 주류사회로 진출하게 됨을 보고 있자니 그간 나의 마음을 아프게 했던 22년의 세월이 마치 영화로 보여주듯 짧은 순간에 파노라마로 스쳐지나갔습니다.
22년 전 첫 아이가 이 호주 땅에서 태어났을 때 이곳 시드니에는 부모 형제 친척이 있지 않았습니다. 출산 경험도 없는 나와 집사람은 문화와 언어가 다른 이곳에서 정말 주먹구구식으로 아이를 키울 수밖에 없었습니다. 지금은 다들 여유가 있지만 그 당시만 해도 한국에 계신 어머니께서 와서 산후조리를 해 주기도 어려운 시절이었습니다.
병원에서는 집사람의 몸이 안 좋다며 퇴원을 시켜 주지 않았습니다. 무려 12일 동안이나 병원에 있어야 했으며 황금의 크리스마스 휴가기간을 꼬박 병원에서 보내야 했습니다. 또 그때 나는 교회 전도사로서 여름 학생 수련회를 가야했기에 4일씩이나 병원에 같이 있어 주지도 못해 마음이 아팠습니다.
그런데 그것보다 더 마음이 아팠던 것은 아기가 태어나서 이틀씩이나 아무 것도 먹지를 못했다는 것이었습니다. 아기 몸에 이상이 있어서 먹지를 못한 것은 아니었습니다. 집사람은 아기에게 모유를 먹이려고 시도를 했지만 모유가 나오지를 않았습니다. 그래서 집사람은 당연히 병원에서 갓난아이에게 우유를 줄 것이라고 생각을 했습니다. 아기가 태어난 지 이틀 후 간호사가 산모의 몸을 체크하는 가운데 산모에게 모유가 안 나온다는 사실을 알았고 그제야 간호사는 아기가 이틀 동안 아무 것도 먹지 않고 물만 먹었다는 사실을 알았습니다. ‘아니! 부모가 돼서 갓 태어난 아기에게 이틀 동안 물외에 아무것도 주지 않았다니’ 지금도 그때만 생각하면 가슴이 아픕니다.
호주에서의 생활이 누구나 다 그렇지만 나도 처음에 청소를 했습니다. 아무래도 혼자 하는 것보다 둘이 함께 하는 것이 시간적으로도 많은 도움이 되어서 어린 아이를 청소하는 데로 데리고 다녔습니다. 사실 저녁 시간이라 아이를 마땅히 맡길 곳도 없었습니다. 그런데 아이는 엄마 아빠와 함께 있다는 자체만으로도 좋아서 먼지 나는 이곳저곳을 아장 아장 걸어 다녔습니다. 그런 아이의 모습을 보고 있자니 마음이 찢어지는 듯 아팠습니다.
아이가 3살 쯤 되었을 때 시드니에서 한 시간 가량 되는 켐벨타운에서 청소를 한 적이 있었습니다. 이상하게 아이는 차만 타면 잠이 듭니다. 그러면 내리는 시간인 늦은 밤에 곤히 잠자는 아이를 깨우기가 참 어렵습니다. 그래서 어떤 때는 잠자는 아이를 차에 두고 청소를 하면서 교대로 한 번 씩 나와 보곤 했습니다.
비가 무척 많이도 오는 어느 날이었습니다. 그날도 마찬가지로 아이는 차에서 곤하게 잠을 자고 있었습니다. 곤하게 잠들어 있는 아이를 깨우기도 그렇고 또 비도 많이 오니까 아이를 차에 두고 교대로 와서 보기로 하고 청소하러 들어갔습니다. 정신없이 청소를 하고 있는데 자꾸만 귓가에 아이의 울부짖는 소리가 들렸습니다. 순간 나는 아이가 깨어났다는 생각을 하고 주차장으로 달려갔습니다.
그 때 집사람도 무슨 직감을 받았는지 뛰어 나왔고 나와 주차장 입구에서 만났습니다. 억수로 쏟아지는 비를 맞으며 차로 달려갔더니 차 안에서 아이가 깨어 자기 스스로 벨트를 풀고 유리창을 두드리며 울부짖고 있었습니다. 허허벌판인 캄캄한 주차장에서 그것도 천둥 번개가 치며 비바람이 몰아치는 그 차 안에서 아이는 얼마나 울었는지 옷은 눈물과 콧물로 뒤범벅이가 되었고 목은 다 쉬어 있었습니다. 그날 밤 우리 세 식구는 차 안에서 서로를 부둥켜안고 엉엉 울고 말았습니다.
그렇게 첫 아이가 자라는 동안 둘째 아이도 이 땅에 태어났습니다. 글로 다 표현할 수 없는 어려움 가운데도 두 아이들은 건강하게 잘 자라주었습니다. 잘 자라는 아이들이 그렇게 고마울 수가 없었습니다.
그러는 와중에 교회를 시작하였습니다. 교회를 시작하면서 제가 마음속에 가졌던 작은 소망은 사랑하는 두 딸에게 좋은 기독교 교육을 잘 시켜야겠다는 것이었습니다. 그런데 교회가 잘 성장하다가 여느 이민 교회와 마찬가지로 그만 교회가 아픔을 겪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그 아픔은 부모만 겪는 것이 아니라 고스란히 아이들이게까지 전해졌습니다. 교회에서 좋은 기독교 교육은 둘째 치고 아이들에게 큰 상처만 안겨 주고 말았습니다.
그러는 가운데서도 반듯하게 성장해주고 공부도 잘하는 아이들이 그렇게 고마울 수가 없습니다. 아이들을 참 잘 키웠다는 주위 사람들의 말을 들으면 - 사람들은 제가 아무 어려움 없이 아이들을 키웠는지 압니다 - 쥐구멍이라도 찾고 싶은 심정이 솔직한 심정입니다. 제가 키운 것이 하나도 없고 아이들 스스로가 컸는데도 말입니다. 아니, 하나님께서 다 키워주셨는데 말입니다. 그래서 지금까지 키워주신 하나님께 감사를 드리며 아이들의 앞날도 다 하나님께 맡기기로 했습니다. 그리고 자녀를 가진 모든 부모님들에게도 내가 항상 마음에 품었던 이것을 전합니다. “너희 아이들을 다 맡겨라 그리하면 너희 아이들의 모든 것을 이루리라”
“너의 행사를 여호와께 맡기라 그리하면 네가 경영하는 것이 이루어지리라”(잠16:3) 출처/창골산 봉서방 카페 (출처 및 필자 삭제시 복제금지)
칼 럼 필 자 |
김해찬목사 호주 시드니 하나교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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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보내주실곳 |
창골산 봉서방카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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