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 8. 24. 10:07ㆍ좋은 글,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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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정아버지의 생신이라 천안에 내려갔습니다. 원래는 돌아오는 수요일이 생신이시지만 토요일로 당겨서 하게 되었습니다. 더운 날씨로 인해 친정어머니께서는 식당에 가서 간단하게 식사를 하자고 하셨지만 자식으로서는 그렇게 하고 싶지 않았고 많은 상차림은 아니지만 집에서 음식 장만하여 대접해 드리고 싶었습니다. 가끔씩 아무 생각 없이 식당에 가서 대접해 드렸지만 아쉬움이 남는 친정 부모님의 생신날이 되었습니다.
2남2녀인 맏딸로서 따뜻한 밥한 끼 부모님께 대접해 드리지 못한 죄책감에 올해는 꼭 부모님께 따뜻한 밥을 지어드리고 싶었습니다. 유난히 더운 날이지만 고집을 피워 친정 부모님 댁에서 아버지의 생신 상을 차리기로 했습니다.두 남동생과 여동생이 친정 부모님 집 근처에 살기 때문에 동생 댁과 여동생이 함께 음식 장만하면 금방하리라 생각했는데 큰 동생가족은 가족여행이 계획되어 있어 온 가족이 여행을 떠나게 되었고 또 부모님께서도 허락을 하셔서 마음 편히 다녀오라고 말했지만 속으로는 조금 서운했습니다.
둘째 동생 댁은 함께 시장만 봐주고 집으로 가서 오지 않고 여동생은 친정아버지 생신선물 산다고 시내에 나가서 늦게 오고... 결국 친정어머니와 제가 음식을 장만하느라 분주하게 움직였습니다. 바삐 움직이다보니 그만 검지손가락 끝이 칼날에 잘려 살점이 떨어져 나가버렸습니다. 급한 대로 휴지로 칭칭 감고 위생장갑을 끼고 요리를 했지만 두 시간이 넘도록 지혈이 되지 않아 애를 먹었습니다. 결국 뒤늦게 약국을 찾았더니 병원으로 보내 치료를 받고 오는데 참 마음이 속상하더군요. 이모님 내외분과 부모님, 함께 간 두 아들과 함께 저녁 식사를 하는데 마음이 쓰라렸습니다.
어머님은 둘째 며느리가 와서 함께 도와주지 않은 것에 대해 서운함을 토로하셨고 다친 손가락으로 인해 설거지를 하지 못하는 저를 대신해 설거지를 하시는 어머니의 뒷모습이 참으로 애처로워 보였습니다. 저녁을 먹고 집으로 돌아오는 버스 안에서 이런저런 생각을 하게 되었습니다. 그전에는 잘 몰랐지만 식당에서 식사하시는 것을 좋아하지 않는 부모님의 뜻을 알게 되었습니다. 그래서 부족하지만 집에서 차리게 되었는데... 여러 가지로 복잡하고 안타까운 마음들이 교차하면서 나도 어쩔 수 없는 시누이임을 알았습니다. 두 동생 댁들이 내 부모님께 잘못한다고 생각하게 되었고 결혼한 지 20년이 다 되어가는 지금껏 김장김치며 밑반찬을 해주시는 어머니께 어떻게 오늘처럼 할 수 있는지...정말 딸로서 속상했습니다.
버스 안에서 눈물이 날 지경이었습니다. 그런데 찬양이 들려왔습니다. “나의 갈길 다가도록 예수인도 하시니”등등 복음성가와 찬송을 골고루 불러 주시는 버스 기사님의 찬양이었습니다. 얼마나 아름답고 아름답던지“하늘을 두루마리 삼고 바다를 먹물 삼아도 한없는 하나님의 사랑 다 기록 할 수 없겠네” 온양에서 천안으로 가는 버스 안에서의 아름다운 찬양으로 질서 없이 요동치는 나의 복잡한 마음들은 평온을 찾기 시작했습니다.
‘이럴 수도 있고 저럴 수도 있는 거야, 항상 잘 할 수는 없지...’ 버스가 천안역에 도착하였을 때 버스기사님의 유쾌한 소리가 크게 울려 퍼졌습니다. “버스 안에 계신 모든 분들 평안 하세요. 항상 행복하시고 기분 좋은 하루 되세요. 안녕히 가세요.” 라고 큰소리로 인사를 하셨습니다.그 기사님 덕분에 오늘 정말 유쾌했습니다. 운전을 하시면서 승객들의 안전을 살피며, 안전하게 모시기 위해 노력 하시며 또 나지막하게 앞좌석에 앉은 사람들에게 들리는 아름다운 찬양으로 사람의 마음을 따스하게 해 주신 기사님 덕분에 저의 우울한 마음들이 사라졌습니다.
이렇게 유쾌하게 찬양하며 자신의 일을 즐겁게 하시는 기사님, 모르는 사람들에게도 최상의 기쁨으로 대해 주시는데.. 집에 돌아와 나 자신을 되돌아봅니다. 며느리로서 나와, 딸로서의 나를 되돌아봅니다. 나 역시도 너무나 부족한 며느리였고 너무나도 부족한 딸이었습니다. 이제는 예전보다 더 나아졌다고 생각했는데 여전히 허점투성이고 연약한 그릇입니다. 작은 일에 너무나도 민감한 반응을 보여 정작 귀한 것을 놓쳐 버릴 때가 너무 많았습니다. 내가 찡그리면 상대도 찡그리고 내가 웃으면 상대도 웃습니다.오늘 내가 웃음으로 동생들 가족들도 웃을 수 있었습니다.출처/창골산 봉서방 카페 (출처 및 필자 삭제시 복제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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