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 11. 15. 10:03ㆍ좋은 글, 이야기
아버지학교에서는 5주 동안의 과정 후
수료식을 앞두고 특별한 예식을 갖는다.
예수님의 섬김의 정신을 본받아서
아버지가 가족들의 발을 씻겨 주는 세족식을 거행한다.
국군 아버지학교에 참석했던 한 아버지가 들려준 이야기이다.
"아들이 마음을 잡았지요.
검정고시도 합격했고, 회사에 취직도 했지요.
이건 보통 사건이 아닙니다.
그러니까 아버지학교를 끝마치고 일단 집에 가서
딸이 학원에서 돌아오기를 기다렸지요.
밤 11시가 넘으니까 딸아이가 오더라구요.
그래서 아내와 게임방 소년인 아들과 딸을 집합시켰지요.
이제 아버지학교 마지막 숙제를 하겠다.
바지를 걷고 기다려라, 명령을 내렸지요.
아버지학교 첫날 전화로 아내와 딸에게
축복 기도를 해 주었을 때 만 해도 아내는 좀 떨떠럼한 목소리 였습니다.
그런데 내가 세족식까지 하겠다고 나서니까
좀 놀라긴 놀란 모양입니다.
저는 철저한 가부장 문화에서 자라나
어머니가 아버지께 늘 맹종하는 모습만 보면서 자랐기에
한 번도 아내를 위해 제 몸을 낮춰 본 적이 없는 사람이거든요.
그러니 놀랄 수밖에요.
우선 깨끗한 물을 떠서 아내의 발을 닦아 주는데
왜 그렇게 눈물이 쏟아지던지요.
아내의 발에 굳은살이 그렇게 많이 박혔는지, 그날에야 알았습니다.
못난 남편 만나 마음 고생을 많이 한 아내,
아내가 나 때문에 흘려야 했던 눈물로 이 발을 닦고 있구나
하는 생각이 드는 겁니다.
날 용서하라는 말이 목이 메어 나오지 않는 겁니다.
아내의 거친 발을 잡고 얼마나 울었는지 모릅니다.
아내는 흐느꼈습니다.
우리 부부를 내려다보던 아들 녀석은 표정이 좀 샐쭉해지더라구요.
그때 아들 녀석은 아예 게임방에서 살고 있었거든요.
고3 때 학교를 아예 때려치우고는 하나님도 부인하고
방황을 가듭하던 중이었습니다.
그런 아들을 보면서 남들이 알까봐 걱정했고,
아들이 그렇게 된 것은 내 책임이 아니라고 변명 하기에 바빴습니다.
저에게서 잘못을 찾지 않고 아들을 몰아세울수록
아들이 더 나빠진다는 것을 그때는 몰랐습니다.
그래서 이틀 동안 게임방으로 전화를 걸어서
아들에게 축복기도를 해 주었거든요.
전화로 부탁한 대로 그날은 집에 돌아온 아들이 고맙기만 했습니다.
저는 깨끗한 물을 떠서 아들의 발 아래 놓고,
아들앞에 무릎을 꿇었습니다.
그리고 이렇게 기도했지요.
"하나님 아버지, 그동안 이 못난 아빠로 인해 아들이 흘려야 했던
수많은 눈물과 고통의 흔적을 하나님께서는 아십니다.
수많은 상처를 아들에게 주어 힘들게 했던
이 못난 아빠를 아들이 진정으로 용서하게 하시고 ,
아들을 섬기는 마음으로 발을 씻겨 줄 때
부족한 아빠의 아들에 대한 죄도 씻기게 하시고,
아들이 아빠에게 받았던 수많은 상처도 하나님께서 씻어 주소서."
저와는 눈조차 마주치려 하지 않았던 아들,
그 무뚝뚝한 놈이 울기 시작하는데,저도 감당할 수가 없겠더라구요.
얼마나 힘들었으면 학교 다니는 것도 싫어지고 세상 살기가 싫어졌을까요,
아이 마음 하나 보살피지 못한 저는 아버지 자격이 없는 사람이었습니다.
아들을 붙잡고 저는 태어나서 처음으로 미친 듯이 통곡을 했습니다.
딸에게도 마찬가지로 기도하고 축복해 주었습니다.
그러고 보니 한 시가 넘어 있더라구요.
그래도 그날 저는 아버지의 자리를 지키고 찾는다는 것이
어떤 것인지 조금은 알겠더라구요.
아버지의 자리는 군림하는 자리가 아니라
아이들이 사는 동안 세상에 나가 더럽혀진 발을
닦아 주는 무릎 꿇는 자리라는 것을요.
그런데 이 아들놈이 변하기 시작한 겁니다.
알아서 공부도 하러다니고 취직도 하고요.
가족 모두가 이젠 제가 축복기도해 주는 밤을 무진장 기다리거든요.
요즘은 가정을 꾸린다는 게 얼마나 행복한 일인지 알겠다니까요."
섬긴다는 것은 나를 낮춘다는 것이다.
진짜로 남을 섬기는 사람은 자신을 내세우지 않는다.
가족을 내 소유물처럼 함부로 대하지 않고
종이 주인을 섬기듯이 섬긴다. 그것이 참 사랑이다.
♣ 김성묵 지음 "아버지 사랑합니다" 에서 ♣ 德 ♣
-Joyfu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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