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하는 법을 몰랐어요.

2011. 3. 1. 10:44좋은 글, 이야기

말하는 법을 몰랐어요.        

      화가로서 교직에 몸을 담고 있는 박 선생은 결혼 적령기가 되어 맞선을 보게 되었다. 맞선 상대에게 결혼 후 그림을 계속 그릴 수 있도록 도와줄 수 있겠느냐고 물었다.   “그럼요, 화가이신데 당연히 그림을 그려야지요. 제가 붓도 사주고 물감도 사주겠습니다.”

 

    그렇게 해서 결혼을 했다.  하지만 결혼 후 직장에 다니랴, 가정 일 하랴 그림을 계속 그린다는 것이 쉽지가 않았다. 거기에다가 남편 직업상 이사를 자주 다니다보니 지금까지 그려놓은 그림마저도 망가져 가고 있었다. 박 선생은 마음이 찢어지는 것 같았다. 그림을 계속 그려 전시회를 여는 게 그의 평생소원이었기 때문이다.

 

   어느 날 남편에게 물었다.   “그림 그리는 것 어떻게 생각해요?”   남편이 대답했다.   “그거 한 마디로 사치지 뭐!”   그 말을 들으니 죽고 싶은 심정이었다.‘내가 짐승하고 결혼 했구나’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마음먹었다. ‘이제 당신과는 끝이다.’ 그 후론 늘 찬밥만 주었다. 그런데 희한한 것은 남편을 그런 마음으로 대한 후부터 자신의 몸이 급속도로 나빠져 꼼짝도 못하게 되고 말았다. 급기야는 눈동자까지 풀려 다 죽게 되었다.

 

       박 선생이 바라는 것은 큰 것이 아니었다. 그저 남편으로부터 ‘내가 군인이다 보니 1년에 한 번씩 이사하게 되어 당신의 꿈을 키워주지 못하는 점 정말 미안하오.’ 이 말 한마디를 듣고 싶었을 뿐이었다.   그러던 중 박 선생이 의사소통법을 배웠다. 어느 날 전과는 달리 배운 대로 자신의 심정을 남편에게 전했다.

  

    “여보, 이사를 너무 다니니까 작품이 다 망가져서 내 뼈가 깨지는 것 같아요. 작품전 한 번만 하고 그만 두고 싶어요.”

  그런데 놀라운 것은 지금까지 그렇게 말을 해도 ‘그림, 그거 한 마디로 사치지 뭐!’ 하고 말하던 사람이 비난하지 않고 안타까운 심정을 이야기하자 남편은 흔쾌히 “언제 기회 있으면 한번 엽시다.”라고 말하는 것이었다.

 

     그렇게 해서 박 선생은 지금까지 세 차례의 그림 전시회를 열었고 이제는 그림에 관해서는 원도, 한도 없어졌다. 박 선생이 나지막한 소리로 이렇게 말했다. “지금까지 남편은 피도, 눈물도 없는 사람인 줄 알았어요. 그런데 그게 아니었어요. 내가 말하는 법을 몰랐던 거예요.”

 

 

출처/창골산 봉서방 카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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