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쉬운 한마디

2005. 5. 20. 11:36신앙간증

 

아쉬운 한마디

                     


계절은 푸르른 오월을 맞이해서 초록의 생명으로 넘실거리는데 꺼져가는 한 생명이 있었습니다.


며 칠 전에 외사촌 누님이 투병생활을 하시다가 소천 하셨습니다. 췌장의 질환으로 일 여년이 넘게 많은 고생을 하시다가 이젠 편안히 주님의 품에 안기셨습니다.


누님이 돌아가시기 얼마 전에 저의 부모님과 함께 입원해 계시는 병동으로 찾아뵈었었습니다. 그곳은 임종환자들을 전문적으로 입원시켜서 평안히 주님의 품으로 안길 수 있도록 도와주는 그런 일종의 선교기관이었습니다.


날개는 없으나 또 다른 천사인 자원봉사 호스피스 분들이 바쁘게 오가며 마지막 생의 힘든 싸움을 하고 있는 그들을 위해서 아름다운 손으로 섬기고 있었습니다.


누님이 입원해 있는 병동으로 들어서 누님의 모습을 보니, 이제는 사람을 보지도 말하지도 못하고 가물가물한 의식 속에서 말만 들을 수 있었습니다.


원래 외모가 고운 분이시라 몸의 전체는 앙상하게 야위어 있었지만 얼굴은 여전히 고운 모습이었습니다.


저의 어머님이 희미한 의식 속으로 이것저것 위로의 말을 전하며 얼굴과 몸을 쓰다듬어 주자 그냥 눈시울만 조용히 적시더군요.


어머니가 자리를 비우자 제가 누님 곁으로 다가갔습니다. 나이 차이가 제법 나니 편하게 그렇게 마냥 이야기하며 살아오지 못했으나 그래도 누님도 제게 사랑을 주셨고 저 또한 누님에 대하여 좋은 느낌을 가지고 살아왔습니다.


귀에다 대고 말했습니다. “누나, 나야” 누님의 눈동자가 움직이더군요.


계속해서 말했습니다.


“누나. 누난 생의 제일 중요한 기로에 와있어. 힘들어도 찬양하고 가는 거야. 옹골차게 찬송하며 가는 거야”


다시금 가족들이 모이고 제가 대표해서 누님을 위한 기도를 드렸습니다. 그리고 식사를 하고는 아마도 다시는 만나지 못할 줄 알면서도 아쉬운 발길로 돌아와야 했습니다.


병동에 있는 동안 가슴 아픈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그것은 누님이 병이 심해지면서 말문이 막히려고 할 무렵, 저를 많이 찾았다는 이야기입니다.


제가 누나에게 유별한 존재여서가 아니라 아마도 목회자로 살아가니 생에 대한 애련한 소망으로 목회자인 저를 만나보고 싶었나 봅니다. 치유의 역사를 기대하는 마음이었겠지요.


그런 마음 아픈 이야기를 되뇌며, 차를 타고 집으로 돌아오면서 생각하니 참으로 안타까운 한 가지가 있었습니다. 왜 미처 그 생각을 못했을까 아쉬웠습니다.


차를 타고 돌아오면서 생각하니 누님에게 이런 말을 했으면 희미한 의식 속에서나 참 행복했을 것 같았습니다. “누나를 사랑 해” 라고. 다시는 말을 들려 줄 수 없을 텐데 왜 사랑한다는 말을 한 마디 못 해 주었나 참으로 아쉬웠습니다.


며칠 뒤에 집에 있는데 외가 쪽에서 누님이 소천 하셨다는 전화가 왔습니다. 소천하실 때는 평안한 모습으로 고이 잠드셨다고 전해 주었습니다.


다음 날 문상을 가는 길에 조의금을 넣은 봉투에다가 이렇게 기록했습니다.


얼마 전 살아생전 누님을 만났을 때 하지 못해서 아쉬웠던 말을 봉투에다가 적었습니다.  그 때는 썩고 죽을 육에 매여서 제대로 보고 듣고 말하지 못했지만, 이제는 주 품에서 자유로운 생명이 되어서 볼 수 있을 테니까요!


“누나. 세상에 태어나서 누나를 만나서 반가웠고, 함께 해서 행복했고, 이렇게 너무 일찍 보내게 되서 마음 아프네. 누나 사랑해” 라고.


사랑하는 여러분. 세상에 태어나서 삶을 살아보니 어떤 이로부터는 평생에 비수 같이 가슴에 아프게 꽂혀서 상처가 되는 말을 들을 때도 있더군요. 또 어떤 이로부터는 평생에 봄 햇살처럼 따스한 감동으로 기억되는 말을 들을 때도 있더군요.


우리가 살아가면서 힘들이지 않고 무심코 뱉는 말들이 때로는 사람들의 가슴에 상처를 주기도 하고, 때로는 잊지 못할 아름다운 별이 되곤 합니다.


그러므로 모름지기 말은 가려서 선하고 덕스러운 말을 해야 합니다. 아름다운 사람은 무엇보다 아름다운 말을 하는 사람입니다. 특별히 그리스도인은 샘이 단물과 쓴물을 겸하여 낼 수 없듯이, 하나님을 찬양하던 아름다운 입술로 더러운 말을 낼 수는 없습니다.


제가 누님에게 살아생전 그래도 희미한 의식이라도 있을 때에 “누나 사랑해”라고 말해 주었다면 얼마나 따듯한 가슴으로 마지막 생을 보내었을까요?


사랑하는 여러분. 여러분도 오늘 여러분의 주위를 둘러보십시오. 그리하면 아름답고 선한 말을 기다리는 우리의 가족, 친지, 이웃들이 보일 것입니다. 그들에게 선한 말, 위로의 말, 격려의 말, 사랑의 말을 하되 미루지 마시고 오늘 하십시요.


알고 보면 우리는 내일을 기약할 수 없는 존재 아닙니까?


엡4:29 무릇 더러운 말은 너희 입 밖에도 내지 말고 오직 덕을 세우는 데 소용되는 대로 선한 말을 하여 듣는 자들에게 은혜를 끼치게 하라


약3:8 혀는 능히 길들일 사람이 없나니 쉬지 아니하는 악이요 죽이는 독이 가득한 것이라

약3:9 이것으로 우리가 주 아버지를 찬송하고 또 이것으로 하나님의 형상대로 지음을 받은 사람을 저주하나니

약3:10 한 입으로 찬송과 저주가 나는도다 내 형제들아 이것이 마땅치 아니하니라

약3:11 샘이 한 구멍으로 어찌 단 물과 쓴 물을 내겠느뇨


오늘의 기도 : 사랑하는 주님. 우리의 마음과 입술을 주관하여 주소서. 어디로 가던지 무엇을 하던지 선한 말 덕스러운 말로 은혜를 끼치는 향기로운 사람이 되게 하소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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