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7. 1. 5. 22:34ㆍ신앙간증
고은아 권사 아프리카 방문기, 지구 반대편서 만난 하나님
기아대책에서 아프리카 사역지 방문 제의를 받았지만 내가 정말 그곳으로 가리라고는 생각지 못했다. 막상 떠나기로 약속한 날. 내 첫 질문은 “도대체 아프리카 어디로 가는데요?”라는 말이었다. 곧바로 “부룬디”라는 대답이 들려왔다. “아니,그런 나라도 있어요?”
그만큼 나는 아프리카에 대해서 아는 게 없었고 세계지도에서도 아프리카에 별로 눈길을 준 적이 없었다. 막상 약속을 하고 보니 개인적으로 복잡한 일이 한두 가지가 아니었다. 회사일도 있었고 약간 불편을 느끼던 허리도 치료 중이었고 빨리 정리해서 넘겨야 할 서류도 만만치 않았기 때문에 허둥대다가 별 준비도 없이 비행기를 탔다. 중동 두바이와 아프리카 나이로비를 거쳐 12명이 타는 경비행기에 몸을 실었을 때는 서울을 떠난 지 20시간을 훌쩍 넘긴 때였다.
첫발을 내디딘 부룬디에는 할 일 없이 거리를 배회하는 많은 사람과 멍한 눈빛으로 아기를 안고 담벼락에 기대어 앉아있는 여인네 등 어디에도 희망이라는 단어가 보이지 않았다.
르완다에서 14세 에이즈 소년 막스를 만나러 가던 날 비가 내렸다. 기아대책(회장 정정섭)은 아프리카에서 에이즈 아동의 가정을 방문해 식품과 약품 지원 등의 사업을 펼치고 있다. 미끄러운 비탈길을 걷던 막스의 숨소리가 거칠어지더니 기침을 해댔다. 막스는 기침이 나서 빨리 걸을 수가 없단다. 그 말을 듣자 오직 진흙탕에 미끄러지지 않으려고 걷는 일에만 집중하고 있던 나는 머리를 한방 얻어맞은 느낌이었다.
14세였지만 몸집이 워낙 적어 우리네 7∼8세 아이로밖에 보이지 않는 막스. 에이즈가 그 아이의 걸음걸이마저 힘들게 한다는 것을 나는 모르고 있었던 것이다. 그 아이는 커서 목회자가 되고 싶단다. 그리고 그 생각은 가슴으로 느껴진 것이라고 했다. 생명의 끝이 어디까지인지 알 수 없는 소년의 입에서 커다란 희망덩어리를 쏟아낸 것이다. 너무 빨리 포기하고 체념하는 건강한 사람들에게 막스는 어떤 상황에서도 희망을 포기해서는 안되며 생이 다하는 마지막 날까지 가슴에 품고 살아가야 한다는 교훈을 줬다.
게스트 하우스에 돌아와 그날 밤 참 많이 울었다. 나는 얼마나 잘못된 시각으로 다른 사람들을 바라보고 판단했는가? 정말 부끄러웠다. 에이즈 바이러스가 온몸에 퍼져 두 귀 부분이 모두 짓물러 있는 14세 소년을 통해 나를 깨운 하나님의 음성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한국으로부터 기쁜 소식을 들고 찾아간 우간다 베나의 집. 우간다의 씩씩한 소녀 베나는 현지에서는 고칠 수 없는 심장병으로 고생하다가 한국인들의 도움으로 지난달 한국에서 무사히 수술을 마친 소녀이다. 찾아가는 길이 걷기가 설명하기 힘들 정도로 어려운 험로였다. 진흙바닥에 맨발로 서서 온몸으로 환호하며 우리를 맞아주던 베나 가족과 동네사람들은 “‘할렐루야”를 외쳤댔다. 우리가 베나의 집을 방문했을 때 베나는 아직 한국에서 회복 중이었다. 우리는 그 현장에 서서 하나남의 일하심을 느끼기만 하면 됐다.
수단을 방문하기 전날 내전이 다시 발발,원조단체들이 철수했다는 소식이 전해져 우리를 불안하게 했다. 그러나 우리가 찾아간 곳은 워낙 오지라서 내전이 발발한 것조차 알지 못했다. 얼마 전 이들에게 꿈같은 일이 벌어졌다. 마을 한가운데 물탱크와 펌프가 설치된 것이다. 수도꼭지만 돌리면 깨끗한 물이 콸콸 쏟아졌다. 웅덩이에 고인 흙탕물만 마시던 이들에게 상상도 할 수 없었던 일을 하나님은 기아대책과 팀앤팀,한국국제협력단 등을 통해 이루신 것이다.
8박9일이라는 짧은 시간이었지만 온몸을 바쳐 현지인들 위해 헌신하는 선교사님들께 ‘존경’ 이라는 단어는 너무도 세속적이고 초라한 단어에 불과한 것 같다. 선교사님과 가족들,그들이 있기에 하나님은 오늘도 그곳에서 일하시며 우리에게 그들을 위해 기도하라고 명하신다. 또한 시간과 건강이 허락하는 한 함께 섬겨야 한다는 것을 느꼈다. 나를 아프리카로 보내시고,보게 하시고 가슴으로 느끼게 하신 하나님께 감사를 드린다.
고은아 권사 (서울극장 대표·기아대책 행복한나눔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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