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7. 11. 7. 11:56ㆍ신앙간증
오클랜드의 기적 일궈낸 이은태 선교사
맨손 이민 12년만에 지역 선교 대부로
뉴질랜드 최대 도시 오클랜드의 남쪽도시 마누카우. 마누카우 시청에서 걸어서 3분 거리에 있는 랜섬스미스가 36번지에 11층의 파란 유리건물과 10층의 건물 두 동이 서 있다. 사람들은 이곳을 ‘기적의 36번지’라고 부른다. 1995년 달랑 가방 3개를 들고 신학공부하러 온 한국의 신학도가 12년 만에 일궈낸 기적의 현장이다. 11층의 파란 건물은 어학전문 연수기관인 에딘버러칼리지와 뉴질랜드의 5개 선교단체가 무료로 입주해 있는 선교와 교육의 현장이고, 옆의 10층 건물에는 뉴질랜드 국세청이 세들어 있다.
# 기적 1
지난달 24일 오후 에딘버러칼리지 7층. 기적의 주인공 이은태 선교사(49)는 중국 광저우 서콴대학교에서 온 서지안 부총장 일행 4명을 안내하고 있었다. 재학생 2만명의 서콴대학교는 에딘버러칼리지와 2년 전부터 교류하고 있으며, 이번 부총장의 방문은 이곳에서 무료로 영어 연수를 하고 있는 4명의 교수를 격려하기 위해서였다. 그는 이 선교사로부터 에딘버러칼리지에 대한 설명을 듣고는 “기적 같은 일”이라며 놀라워했다.
이은태 선교사는 경북 경주의 가난한 가정에서 태어났다. 어릴 때 어머님으로부터 “하나님께 서원해서 너를 낳았으니 주의 종이 돼야 한다”는 말을 들었지만 목사가 된다는 게 부담스러워 고교, 대학시절에는 신앙생활을 등한히 했다. 그러다 군 입대 직전 운전하다 세 살 된 어린애를 친 그는 피범벅이 된 아이를 품에 안고 “아이를 살려주시면 주의 종이 되겠다”고 서원했다. 하지만 그는 제대 후 한국전력에 입사, 10년 동안 편안하게 직장생활을 하면서 주님과의 약속을 잊었다.
1992년 대형 교통사고를 내 왼쪽 다리가 골절이 됐다. 6개월 만에 퇴원한 그는 하나님께 무릎을 꿇고 주의 종이 되겠다고 다시 기도했다.
“하나님은 13년 동안 저를 기다려 주셨던 거지요. 제가 말을 듣을 기미를 보이지 않자 교통사고로 나를 치시고는 뉴질랜드로 가게 했지요.”
뉴질랜드에서 신학공부를 하고 있던 1995년 당시 뉴질랜드 이민과 유학 붐으로 들어온 한국학생들의 타락해 가는 모습을 보았다. 그는 어학연수생들을 신앙 안에서 돌보는 사역에 나섰다. 한국에서 온 학생들을 신앙 안에서 가르치는 어학연수 학원을 만든 것. 하지만 1998년 한국에서 IMF가 터지면서 그의 어학연수생 사역도 부도 직전에 몰렸다.
“하나님께 엎드려 기도했습니다. ‘5년 안에 크리스천학교와 선교센터를 주시겠다’고 하시더군요. 방 두개의 작은 집에 세들어 사는 제 형편에 도저히 있을 수 없는 일을 약속해 주신거지요. 그런데 3년이 지난 어느날 오클랜드에서 30분 거리에 있는 실버데인지역에 땅을 사라는 음성이 들렸어요. 가보니 17만평 200만달러나 되는 땅이었어요. 입을 다물지 못했어요. 하지만 하나님이 하시는 일인데 무엇이 겁나겠습니까. 땅 주인이 2년 동안 나눠서 갚아도 된다고 해 계약을 해버렸습니다. 그런데 열달 뒤 부동산 개발 붐이 일면서 개발업자가 15만평을 700만 달러에 사겠다는 겁니다. 그때 받은 돈으로 지금의 에딘버러 칼리지 건물을 구입했지요. 2001년도까지 100억원이 넘는 건물이었는데 2년 넘도록 텅텅 비어 있었습니다. 물론 건물 구입도 하나님께서 인도하셨습니다. 저는 이 건물을 담보로 옆의 건물도 매입했습니다. 기적같은 일이지요”
이 선교사는 건물안 복도벽에 ‘이 빌딩을 하나님의 영광을 위해 바칩니다’라고 써 붙여놓았다.
#기적 2
에딘버러칼리지(www.aec.ac.nz)는 이 선교사가 건물을 구입할 당시 1층에 있던 영어연수학원에서 출발했다. 수억원을 투자했지만 학생 모집이 여의치 않았던 곳으로 이 선교사는 건물을 구입하면서 이곳도 함께 인수했다. 지금 이곳에는 한국을 비롯해 중국 태국 일본 등 아시아 10여개국에서 온 130여명의 학생들이 영어 공부를 하고 있다. 한국학생은 40명. 이들 가운데 30여명은 농어촌 미자립교회 목회자 자녀들이다. 이들은 무료로 어학연수교육을 받고 있으며, 기숙사 비용으로 한달에 20만원만 내고 있다. 학교가 진행하고 있는 영어과정은 대학생및 성인을 위한 일반영어과정, 중·고생 집중영어과정, 현지초등학교 영어연수과정이다. 초등학생 영어연수는 비치랜드초등학교에서 이뤄지며, 이재용(14·인천 연성초졸) 군등 모두 12명이 연수중이다.
에딘버러칼리지는 건물 11개층 가운데 6층과 7층을 학교로 사용한다. 영어 능력에 따라 8단계로 나눠 교육을 시키고 있다. 모두 18개의 학급으로 교사와 직원은 23명이다.
그러나 무엇보다 이 학교의 제2의 기적은 신앙교육을 통한 학생들의 변화이다. 이 학교는 단순히 영어만 가르치는 것이 아니라 신앙교육을 병행해 학생들이 잘못된 길을 가지 않도록 철저히 돕는다. 학생들은 매일 오전 7시 30분부터 1시간 성경공부를 한다. 매주 수요일에는 학교에서 20분 거리의 공원에서 기도모임을 갖는다. 금요일에는 저녁예배, 주일에는 학교강당 주일예배가 있다. 학생들의 신앙지도는 이은태 선교사와 임기홍 목사, 박 에스더 전도사 등이 전담하고 있다.
기자가 찾은 24일, 5단계 반에서 공부하던 중국서 온 17세의 웨이닝은 “이곳에 와서 예수님을 영접했는데 정신적으로 안정됐고 생활이 풍부해졌다”고 말했다. 그는 “누군가가 격려해 주고 도와주는 것을 느낀다”며 “부모님께 예수를 믿는다고 말씀을 드렸는데 반대하지 않으셨다”고 했다. 고교 1년을 마치고 유학온 그는 지난달 27일 다른 중국친구 4명과 함께 침례를 받았다. 6층 일부는 호주에 기반을 둔 항공선교회, 해외교회개척지원단체, 위클리프선교회, 중동선교회 등이 무료로 사용하도록 내놓았다.
이은태 선교사는 “건물의 부채를 모두 갚고 크리스천 초중고등학교를 설립하는 것과 선교종합센터를 설립해 선교사를 양성하고, 선교사들에게 안식처를 제공하는 것이 꿈”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그는 “모두 하나님이 하실 것입니다”고 했다.
오클랜드=글·사진 이승한 선임기자 shlee@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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