쾌남이 이야기

2010. 5. 31. 10:57좋은 글, 이야기

쾌남이 이야기

 

    쾌남이가 우리 식구가 된 것은 몇 달 전쯤의 일로 나는 너무나 좋아했다. 집사람도 좋아하였다. 쾌남이는 치와와 몇 교배종의 잡종이었다. 첫 대면 순간 아! 세상에 저렇게도 못생긴 놈도 있구나. 한쪽 귀만 쫑끗 하고 톡 발가진 눈은 동네 아이들이 가지고 놀다 내팽개처 버린 유리  구슬처럼 퉁명스럽다.

  원래 그 녀석들의 눈은 슬픈 듯이 청아하고 그윽한데 말이다. 그 녀석은 첫날부터 경거망동 했다. 거실이며 안방이며 종종걸음으로 쏘다닌다.밥상을 펴면 그곳에다 지저분한 코를 실룩거리며 접근해 두발을 올려놓는다. 조그만 놈이 먹기는 옹차게 먹는다. 뱃속에는 밥통밖에 없는 것 같았다. 뛰뚱 거리며
자리를 떠는 모습은그것 또한 볼만하다. 저쪽 마당구석 양지쪽에서 휴식을취하여

소화를 다 시키고 나면 영락없이 현관 앞으로 가서 실례를 하곤했다.

  그날도 쾌남이는 내게 일방적으로 폭력을 당했다. 그런데 그날따라 아내가 아내답지 않게 폭력을 중단시키려는 것이었다. 아내는 그 녀석을 싫어했다. 자식하나 더 키우는 수고가 든다느니 개 밥그릇까지 설거지해야 한다느니 불평이 많았다. 그런데 그날따라 아내는 쾌남이를 많이 사랑해주자는 것이었다. 쾌남이의 지나온  과거를 듣고 보니 불쌍하게 느껴졌다. 그녀석이 우리식구가 된 것은 길고긴 고통의 연속이었다.

   우리는 그녀석의 다섯 번째 주인이 된 셈이다. 첫째 둘째 셋째는 내가 알지도 못하는 사람들로, 어쨌던 더 이상 키울 수 없어, 추측컨대 아무데나 실례 하는 것 때문에 그랬을 것이다. 네 번째 주인이 봉달 아저씨였다. 그때 그녀석의 이름은 쾌남이가 아니고 땡칠이었다. 그러나 봉달이 아저씨 집에도 오래 살수가 없었다. 집 주인이 싫어하기 때문이다.

  제집 없이 남의 집에 세 들어 얹혀사는 주제에 이런 저런 눈치 보며 사는데 그 녀석 때문에 곤란한 점이 한 두 가지가 아니었다. 결국 집 없고 서러움을 한 몸에 지닌채 정든 네 번째 주인집을 떠나야 했다.그녀석이 우리 집에 오면서 나는 쾌남이라고 이름을 근사하게 지어 주었다. 매일 그르지 않고 목욕을 시키고 밥상머리에 앉아 밥을 먹게 했다. 못 먹는게 없었다.

  김치도 과일도 잘 먹고 애교도 이만저만이 아니었다. 퇴근하고 오면 바지가랭이를 물고 뺑뺑이를 돌고 앉으면 냉큼 무릎 위에 올라앉기 까지 했다.처음에는 마구잡이 실례를 하는 버릇이 있었으나 사랑으로 감싸고 보살피고 했더니 실례도 할 곳을 찾아하고 오줌이 마려우면 창문을 발로 두들기기 까지 한다.

  여기저기 구박받고 이런저런 서러움과 한으로 맺혀진, 그래서 더욱 남몰래 밤마다 둥근달 떠오르는 휘양 찬란한 하늘을 향해 눈물 흘리며 울부짖었기에 그 맑은 눈동자 마저 멍든, 인간 쾌남이들이 이 세상에 얼마나 많은가? 사랑이 그리운 고독한 사회에서 남에 집 셋방으로 전전해가며 천대받고 구박받는, 눈치 보며 살아가는 인간 쾌남이들이 우리주변에 있기에 말이다.

  힘 있는 자들이 조금만 사랑해 주어도 쾌남이에겐 큰 힘이 될 텐데, 삭막하고 사악한 이사회가 인간 쾌남이를 사랑할 수 있을까? 몇 년 전 화성 김포에서 아홉 곳의 교회에 방화로 추정되는 불이 났다. 경찰이 잠복 근무를 하여 다행히 범인을 잡았는데 잡아놓고 보니 50대 부인이었다.

  “왜 하필이면 교회에만 불을 질렀느냐”? 고 물었다. “추워서 바람을 좀 피해볼가해서 교회헛간을 찾아들어갔다가 교인들에게 들켜 온갖 욕설과 수모를 당하고 쫓겨나서 원한으로 불을 질렀단다”. 이것이 우리 한국교회의 현주소다. 그래 이 어리석은 인간 쾌남아! 교회가 너 같이 힘없는 자를 보살펴 줄줄 알았던가? 심지어 예수님까지 잡아 죽이는 곳이 교회가 아니던가?
출처/창골산 봉서방 카페 (출처 및 필자 삭제시 복제금지)   cafe.daum.net/cgsbo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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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글   쓴   이

 이연우

대구 남구 대명동

lyw7893@hanmail.net 

 흐 르 는 곡

 많은 귀한 만남 속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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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골산☆칼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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