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두막집의 비밀

2010. 12. 27. 09:22좋은 글, 이야기

          오두막집의 비밀           단편

    

      안녕하세요?  강원도 원주에서 신앙생활하고 있습니다. 카페에서 보내주신 말씀으로 매일 매일 힘을 얻습니다.

 감사합니다.  현직 교사로 있을 때는 세상글을 많이 썼었는데...사정상 그만두다 보니...글쓰기가 서툽니다. 실은 아이들 전도용으로 작은 책자를 만들려고 계획했었던 글인데 자신이 없어 묻어 두었던 이야기입니다.부끄러운 마음으로 글을 보냅니다. 글을 읽는 학생들에게 하나님의 은혜가 함께하시길 간절히 소망합니다.샬롬!

 

 

     희뿌연 모래 먼지가 달리는 트럭을 열심히 쫒아오고 산과 숲의 꼭대기로부터 수많은 작은 물방울들이 쏟아져 쌍무지개를 그려놓고 있었다. 떡갈나무 잎을 타고 내려온 물방울 하나가 이마위에 내려앉아 콧등을 지나 흘러 내렸다. 터덜거리는 낡은 트럭은 험한 산길 오르막을 한참 올라가더니 나만 혼자 버려두고 이내 아래로 내려갔다. 트럭이 사라질 때 까지 나는 그저 멍하니 서있기만 하였다. 나를 반갑게 맞아준 할아버지, 그분이 누군지도 모르지만. 거처할 곳이 있다는 것 자체가 고마울 따름이었다. 

 

    생전 처음 보는 할아버지의 오두막에서 나의 새로운 삶이 이렇게 시작되었다. 밤새도록 얼마나 울었는지 다음날 눈을 뜰 수가 없었다. 두 손가락으로 눈꺼풀을 벌리자 굴피나무 껍질로 엮은 지붕사이로 굴절되지 않은 햇살이 쏟아져 내렸다. 눈알이 따가 왔다. 나를 환영하듯 이름모를 새들이 재잘거리기 시작했다. 어쩌면 벌써부터 시작했는지 모를 일이었다. 며칠 전의 일들이 머리 속에 맴돌았다. 고아원 생활 15년 동안 나는 얼마나 외로운 삶을 살았는지 모른다. 추운 겨울 날 따뜻한 불빛이 새어나오는 정겨운 집들을 바라볼 때 마다 밤새도록 거리를 헤메고 다녔으며 부유한 친구들을 볼 때마다 죽이고 싶을 정도로 증오심이 생겨나기도 했다. 소년원 생활을 마치고 출소하던 날 어느 분의 도움으로 이곳에 오게 되었다. 나를 버린 부모를 얼마나 많이 저주하며 살았는지 모른다.

 

 

      배에서 꼬르륵 소리가 났다. 삐그덕 거리는 나무 침대에서 일어나 먹을 것을 찾아보았다. 마침 도토리나무로 만든 탁자 위에 밀가루 반죽으로 만든 빵과 우유가 눈에 띠였다. 비릿한 냄새가 코를 찔렀지만 문제가 되지 않았다. 허기를 때우고 옆방 문을 살며시 열어보았다. 향긋한 꽃내음이 코끝을 찔렀다. 반질반질한 나무침대 옆으로 알 수 없는 꽃들이 화들짝 피어있고 커다란 통나무로 만든 탁자 위에는 까만 가죽표지로 덥힌 두툼한 책과 돋보기안경이 놓여져 있었다. 원장님 방보다 더 깨끗하다는 느낌이 들었다. 방에서 나와 싸리나무로 엮은 현관문을 밖으로 밀어 보았다. 어제 보다 더 푸른빛이 나를 끌어내었다. 내 속에 자리 잡고 있던 더러운 것들이 모두 정화되는 느낌을 받았다. 오두막 뒤에서 동물 울음소리가 들렸다. 겁이 나기도 했지만 발걸음을 천천히 옮겼다. 나는 또 한번 놀랐다. 오두막 뒤에는 지금까지 본적이 없는 넓은 초원이 펼쳐져 있었다. 어제는 무척 산골이라 생각했는데 이렇게 아름다운 곳인지는 몰랐다.

 

      “아리야, 이제 좀 정신이 드니?” 할아버지는 땀을 훔쳐 내시며 웃음띤 얼굴로 나를 맞아 주었다. 할아버지의 손에는 나무로 만든 큰 그릇이 들려져 있었다. “아, 이거, 이건은 산양의 젖이란다.” 할아버지와 나는 돌을 다듬어 만든 의자위에 나란히 앉았다. “부모님 때문에 많이 힘들었지? 하지만 이제 엄마 아빠를 용서하렴...다 지난 일인 것을... ” 하시며 말끝을 흐리셨다. 눈물이 핑 돌았지만 참을 수 있었다. 저 멀리 한쪽에서는 까만 짐승과 하얀 짐승이 뒤 엉켜 싸우고 있었다. “저놈들. .또 시작이구나.” 할아버지는 혀를 끌끌 차며 지팡이를 들고 쫒아 가시더니, 까만 동물을 사정없이 때리기 시작했다. 땅 방울을 훔쳐 내시며 말을 이으셨다. “까만 놈은 염소라는 동물이고, 하얀 놈은 산양이란다. 원래는 양만 키웠단다. 그런데 일년 전 어디서 왔는지 염소들이 초원 안에 들어 왔단다. 불쌍해서 키워왔는데 말을 안 듣고 순한 양들을 시시때때로 괴롭힌단다. 아무래도 안되겠어.” 할아버지는 무슨 결심을 하신 듯 입술을 깨무셨다. “참, 이름이 뭐지? 이제는 이 할애비와 같이 지내야 한단다. 조금만 참으면 금방 적응이 될거야.” 나는 아무말도 하지 않았다.

 

 

    할아버지의 말씀을 뒤로하고 오두막 주변을 돌아보았다. 이름 모를 꽃들이 만발하고, 예쁜 토끼와 노루가 뛰놀며 수많은 아름다운 새들이 고운 노래를 뽐내고 있었다. 그런데 이상한 점은 오두막 옆은 끝없는 낭떠러지기라는 사실이었다. 그 위로 낡은 나무다리가 놓여져 있었다. 금방이라도 무너져 내릴 것 같은 생각에 현기증이 났다. 반대쪽으로 발길을 돌렸다. 그 곳에는 넓은 저수지가 자리 잡고 있었다.

 

 

 

     물의 색은 푸르다 못해 검은색이었다. 물결이 일렁이는 가운데에서 하얀 기포들이 올라오고 있었다. 음산한 기운이 들었다. 오두막집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통나무 벽 사이로 희미한 불빛이 새어나왔다. “어디를 다녀왔니? 오두막 옆으로는 다니지 말도록 해라. 특히 저수지에는 위험하니 절대로 가지 말도록 해야 한다. 오늘 저녁은 양젖과 감자로 때워야 되겠다.” 나는 말없이 통나무 탁자에 앉았다. 할아버지는 겉표지가 까만 책을 펴시더니 눈을 감으셨다. 그러더니 알 수 없는 소리로 중얼거리더니 눈을 뜨셨다.

 

    나중에 안 일이지만 까만 책은 성경책이었고 식사 때 마다 중얼거리는 것은 기도였다. 하얀 종지 안에서 따닥 거리며 타고 있는 작은 불꽃이 오두막 구석구석을 비추어 주었다. “이런 등불 처음보지? 모두 다 자연에서 얻은 것들이란다. 식물들 중에 어느 것은 시간이 흐르면 열매를 맺어 먹을 것과 불을 밝힐 수 있는 기름을 준단다. 자, 이제 나를 따라 오렴.” 할아버지는 팔랑거리는 등불을 들고 방 한쪽으로 낸 문을 열고 나가셨다. 희미한 불빛에 들어오는 것은 하얀 양들이었다. 모두다 곤히 잠들어 있었다. 한 놈도 떨어지지 않고 서로의 몸을 맞대며 잠들어 있었다. 귀여운 강아지 같다는 생각을 했다. 할아버지는 양의 숮자를 하나 하나 헤아리더니 고개를 끄덕 거리셨다. 나무 침대가 있는 내 방으로 돌아왔다. 잠이 오지 않았다. 가끔씩 비끄덕 거리는 소리와 바람소리만 들릴 뿐 고요한 밤이었다. 아마도 밤새 양들을 지키신 모양이다.

 

 

     다음날 아침 할아버지는 말썽피우는 염소들을 이끌고 저수지로 가셨다. 그리고는 물가에 서있는 버드나무에 모두 묶어두었다. 아마도 물을 쉽게 먹을 수 있도록 하기위한 할아버지의 배려라는 생각이 들었다. 걸음을 돌려 얼른 오두막으로 되돌아 왔다. “잘 잤니? 아름다운 저 하늘을 보렴” 나는 고개를 들어 하늘을 쳐다보았다. 양털 같은 구름이 하늘 가득 차 있는 모습이 너무 아름다웠다. 고개를 끄덕 거렸다. 할아버지께서는 빙그레 웃으시며 내 손을 잡아끄셨다. 꽃향기 나는 오솔길을 따라 한참을 올라가기 시작했다. 길가 옆에 소복이 피어있는 꽃 무리 근처에 멈춰서시며 꽃의 유래에 대해 설명해 주셨다. “이 꽃 이름은 삼색제비꽃이란다. 춘풍을 타고 내려온 하늘의 천사가 이 꽃을 발견하고 귓가에 속삭였단다. 더욱 아름답게 그리고 고고하게 맘껏 피어서 이 세상에 사랑과 희망을 퍼뜨리렴.‘ 하고 이야기를 해줬어. 그 이후로 이 꽃을 보는 사람들에게는 사랑과 희망이 싹트기 시작했단다.” 나는 고개를 끄덕거렸다.

 

     조금 더 오르자 끝도 없는 큰 밭이 나왔다. 할아버지는 물끄러미 밭을 바라보시더니 한숨을 쉬셨다. “이 큰 밭에 많은 씨앗을 심었는데 나오질 않는 구나! 저쪽은 까마귀가 와서 파먹고, 또 이쪽은 햇빛에 말라죽었구나! 그런데 이곳은 왜 나오질 않을까?” 할아버지는 흙속에 있는 씨앗을 파서 보여 주셨다. 그 씨앗은 심은 그대로 있었다. 실망스런 표정으로 다른 밭으로 향하셨다. 갑자기 얼굴표정이 환해지셨다. 이곳에는 모두 파란 싹이 돋아 있었기 때문이었다. “아리야, 흙에 묻힌 씨앗이 썩지 않으면 싹을 틔울 수 없단다. 싹이 나지 않으면 열매를 맺지 못하지. 씨앗의 겉껍질이 썩어지면서 새로운 생명의 싹을 돋아나게 하지... 맞아, 비록 씨앗은 한 알이지만 자기가 죽으므로 수 십 배, 수 백 배의 열매를 맺는단다. 넓은 세상 속에도 자기를 낮추고 희생하는 사람들 때문에 아름다움이 존재 하기도하지. ” 할아버지의 목소리는 진지하고 위엄 있어 보였다. 난 그저 고개만 끄덕이며 서 있었다.

 

 

     바로 그때 저 아래 오두막 근처에서 양들의 울음소리가 들려왔다. 할아버지께서는 긴 지팡이를 가지고 한달음에 초원으로 내려가셨다. 나는 한참이 지난 후에야 내려갈 수 있었다. 할아버지는 양 한 마리를 안고 계셨다. 옆에는 까만 염소무리가 씩씩대며 서 있었다. 염소 한 마리가 뿔로 들이받아 양이 상처를 입고 쓰러져 있었다. 할아버지는 방으로 옮겨 자신의 침대에 누이고 정성껏 치료해 주셨다. 이 일이 있은 후부터는 언제나 항상 양들과 함께 계셨다. 나도 말썽만 피우는 염소가 미웠지만 너무 양들 편만 드는 할아버지를 이해하기 힘들었다. 이제는 이곳의 생활이 행복했다.

 

     자연의 진리를 가르쳐 주시는 할아버지와, 늘 바라보며 이야기 할 수 있는 예쁜 식물과 동물이 너무 많이 있기 때문이다. 별이 유난히도 많이 쏟아지는 맑은 여름밤에 할아버지는 왕골로 만든 돗자리를 마당 가운데 펴시더니 나를 불러 앉게 하였다. “아리야?”하며 나를 부르셨다. 저 하늘을 바라보렴, 저쪽에 반짝거리는 수많은 별들이 모여 있는 곳..저 곳을 은하계라고 하며. 천억 개 이상의 별들로 이루어져 있단다. 그런데 천억 개 이상의 별들로 이루어진 은하계 또한 천억 개 이상이란다. 인간의 머리로는 계산 할 수 없지.” 한참 얼굴을 붉히시며 설명하시던 할아버지께서는 물끄러미 나를 바라보시면서 “아리야, 저 많은 별들과 너와 내가 앉아있는 이 땅은 누가 만들었을까?” 할아버지의 두 눈에서 광채가 쏟아져 나옴을 느꼈다.

 

   나도 모르게 “하~나~님...”이라고 모기 소리만큼이나 작은 소리로 대답하였다. 할아버지께서는 흡족하신 듯 방으로 들어 가셨다. 맑은 하늘에 갑자기 먹구름이 몰려들기 시작하였다. 잠시 후 천둥이치고 바람이 거세게 불어댔다. 나는 두 눈을 꼭 감고 잠을 청했다. 하지만 눈을 감으면 감을수록 정신이 또렷해 졌다. 함께 말썽을 일으키며 생활했던 친구들 얼굴이 떠오르기도 하였다. 기차를 타고 친구들과 신나게 달리는 꿈을 꾸기도 하였다. 보고 싶은 마음이 간절하였다. 몸을 뒤척이며 다시 잠을 청하려고 하는 순간 멀리서 찢어지는 비명소리가 들려왔다.

 

     분명 사람소리는 아니었다. 창문을 슬며시 들추어 보았으나 너무 어두워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다. 비명소리는 계속 이어지고 있었다. 창문을 내리려는 순간 번개 불빛에 비친 모습은 너무 참담했다. 창문을 받치고 있던 손을 놓고 말았다. 손이 부르르 떨리고 있었다. 혹시나 잘못 본 것은 아닐까? 하는 생각에 다시 창문을 올렸다. 짧은 번개 불빛에도 또렷이 보였다. 저수지에는 거대한 물체가 머리를 내놓고 있었는데 머리모양은 용과 비슷했으나 뿔이 올라와 있었으며 손바닥만한 비늘이 온몸을 덮고 있었다. 빨래판 같은 혓바닥으로 버드나무 밑의 염소들을 삼킬 때마다 날카로운 비명소리를 내고 있었다. 나는 그만 정신을 잃고 말았다.

 

 

 

 

     다음 날 아침 겨우 일어나 할아버지의 방문을 열었다. 아무도 없었다. 비바람은 다시 거세게 몰아치고 있었다. 이렇게 비 오는 날에는 초장에 나가시지를 않는다. 불길한 생각이 머리를 스쳐지나갔다. 하지만 밖으로 나갈 수 가 없었다. 어제 밤의 일이 다시 떠올랐다. 혼자 있다는 생각에 두려움이 밀려오기 시작했다. 현관 사립문은 삐거덕거리며 울어댔다. 울며불며 소리치다 지쳐 잠이 들었다. 눈을 뜨니 밖이 어두컴컴하였다. 갑자기 사립문이 열리더니 할아버지께서 들어오셨다. 난 너무 반가워 뛰쳐나가 할아버지 품에 안기려고 하는 순간...멈칫하며 멈춰 섰다.

 

    넓은 품에는 작은 양 한마리가 안겨 있었으며, 할아버지의 얼굴과 온 몸은 상처 투성이었다. 겉옷은 가시에 찢기어 피가 배어 나왔으며 머리카락은 서로 엉켜 누구인지 분간 할 수 없었다. 내가 할아버지임을 알 수 있었던 것은 인자하게 웃으시는 미소 때문이었다.

 

    지난밤 바람이 거세게 불 때 새끼 양 한 마리가 놀라서 문구멍을 통하여 밖으로 나갔다고 한다. 그 양을 찾아 하루 종일 폭우 속을 뚫고 가시덤불을 헤치고 다니셨던 것이다. 어제 밤의 끔찍한 일이 목구멍에서 뱅뱅 돌뿐 밖으로 나오지를 않는다. 할아버지의 코고는 소리가 들리기 시작한다. ‘이제야 안심이 되시나보다’.

 

 

     오늘도 폭우는 그치지 않았다. 온 사방이 물바다가 되었다. 초원의 풀들이 물에 잠겼고 건초더미도 이제 바닥을 드러내고 있었다. 이곳에 온지도 오랜 시간이 흘렀다. 아름답고 순수한 자연과의 교감, 그 자연을 가꾸시는 할아버지의 섬세함, 순종하며 자라는 나무와 이름모를 풀꽃들과 어느새 하나가 되어있었다. 양들도 지쳤는지 온 몸을 바닥에 의지하고 있었다. 할아버지께서는 며칠째 까만 표지의 책만 보고 계셨다. 입가에는 항상 잔잔한 미소가 번지고 있었다.

 

     다음날 아침 조용히 나를 부르셨다. 그리고는 반질반질 닳은 침대에 앉게 하시고 까만 표지의 책을 내게 주셨다. “아리야, 지금부터 내가 하는 말을 잘 들어야 된다. 아주 오래전에 하늘에서 거대한 물체가 이곳 오두막 옆에 떨어진 일이 있었다. 그런데 떨어진 물체는 보이지 않고 거대한 웅덩이만 남게 되었어. 시간이 흐르자 맑은 물이 고이고 그곳에는 온갖 물고기와 곤충들이 살게 되었고, 그 물은 식물과 나무와 모든 동물들의 생명의 근원이 되었지. 하지만 언제부터인가 물이 오염되기 시작하면서 <드블>이란 괴물이 차지하게 되었지, <드블>은 닥치는 대로 물고기와 생명체를 잡아먹기 시작했단다. 먹을 것이 없어지자 더욱 포악해지기 시작했단다. 이제 물이 온 천지에 범람하면 <드블>이 밖으로 나와 살아남을 생명이 없다.

 

    순한 양을 괴롭히는 염소들을 그에게 준 것은 시간을 끌기 위함이었다. 이제 때가 되었다. 오두막 옆에 놓여 있는 나무다리를 건너 내가 미리 예비한 산지로 가거라. 그곳은 단단한 화강암으로 되어있으며 지진이 일어나도 안전하며 <드블>이 오르지 못할 것이며, 어떤 것으로도 해함을 받지 아니할 것이다. 먼저 양들을 앞세우고 가라. 시간이 없다.” 나는 급한 일인 것쯤은 알 수 있었으나 무서워 두려움에 떨고 있었다. “걱정하지 마라 이 책을 쓰신 이가 너를 인도하고 보호할 것이다.

 

     믿음을 가지고 이제 가거라.” 나는 헛간으로 달려가 양의 무리를 이끌어내었다. 처음 해보는 일이었지만 대장 양을 앞장세우니 잘 따라왔다. 그러나 양들을 나무다리로 이동시키기는 쉽지 않았다. 다리 아래를 바라보니 현기증이 났다. 끝이 어딘지도 모르게 깊이 갈라져 있었다. 어디서 용기가 생겼는지 벌써 다리의 반을 건너고 있었다. 건너편 세상은 온통 물 천지였다. 저수지가 범람하자 <드블>의 정체가 드러났다. 지금까지 살았던 세상이 모두 <드블>의 몸이었다. 징그럽고 큰 입은 오두막을 삼켰으며 살아있는 생명체를 흡수하고 있었다.

 

    나는 정신을 차리고 부지런히 건너가기 시작햇다. 사방에서 삐끄덕 거렸다. 다리 밑으로 연결된 밧줄은 금방이라도 끊어질 모양으로 뚜둑 거렸다. 손이 부르르 떨리고 다리가 후들거려 움직일 수 없었다. 건너편 할아버지께서 고개를 끄덕여 주셨다. 무게를 못이긴 낡은 밧줄이 끊어지기 시작했다. 다리가 옆으로 기울어지자 대부분의 양들이 깊은 구렁으로 떨어졌다. 그 구렁은 다름 아닌 <드블>의 목구멍으로 변해 있었다. 하마터면, 떨어지는 양을 잡으려고 두 손을 놓을 뻔 하였다. 아찔한 순간이었다. 떨어지는 양들의 모습을 보면서 눈물이 울컥 솟아올랐다. 할아버지께서는 나머지 밧줄이 끊어지지 않도록 온 몸으로 밧줄을 잡고 계셨다.

 

       <드블>의 혓바닥이 할아버지의 머리로 향했다. 순간 우뢰와 같은 소리가 귓가를 때렸다. 건너편의 동산이 무너져 내렸다. 마치 아이스크림이 뜨거운 물에 녹아 사라지듯 그렇게 사라지고 있었다. 아~할아버지.. 짧은 비명이 터져 나왔다. 할아버지의 모습은 어디에도 없었다. 마치 한줌의 연기처럼 허무하게 사라져 가고 있었다. 그리움과 슬픔의 눈물 때문에 한동안 움직일 수 없었다. 마음을 가라앉히고 앞을 보았다. 수없이 많은 계단으로 이루어진 길은 험하고 가파르게 위로 이어져있었다. 양들을 데리고 가기에는 너무 험한 길이었다. 폭이 좁아서 욕심을 내며 먼저 갈려고 했던 양들 대부분이 구렁으로 떨어져 사라졌다. 손톱은 갈라져 피가 흐르고 무릎에서는 핏방울이 톡톡 튀어 나오고 있었다. 마지막 계단을 오르는 순간 난 정신을 잃고 쓰러졌다.

 

 

누군가 부르는 소리에 눈을 떴다. 할아버지의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흰옷을 입으신 모습은 거룩하였고, 얼굴에는 찬란한 빛이 뿜어져 나오고 있었다. 너무 놀랍고 반가워 그 품에 덥석 안겼다. 할아버지의 품속은 또 다른 세계였다. 말로 형용할 수 없는 평안과 행복감을 맛 볼 수 있었다. 마치 내가 할아버지가 된 듯, 할아버지가 내가 된 듯, 기쁨의 눈물이 샘솟듯 하였다.

 

 

    불꽃같던 눈동자는 폭포수가 되어 나무와 풀꽃들의 소용이 되고, 한 없이 넓은 가슴은 양들이 뛰어노는 초원이 되었다. 구렁으로 떨어졌던 양들이 다시 살아 초원을 누비고 다녔다. 내 손에 쥐어있던 까만 표지의 책은 한 장 한 장 살아 움직이더니 산이 되고 나무가 되고, 푸른 들판이 되고 기쁜 마음이 되었다. 어린아이들이 즐거워하듯 난 그렇게 껑충껑충 뛰고 있는데, 갑자기 온갖 꽃들의 향기가 내려앉아 오색 찬란한 부드러운 음성이 되었다.

 

     “이 아름다운 세상은 본래 너희의 것이었으나 한사람으로 인해 죄가 세상에 들어오고 죄로 말미암아 사망에 이르게 되었느니라. 너희 인생들은 내 피조물이라. 내가 너희를 창조하였으며 지금도 너희를 위해 간구하고 있느니라. 너희를 긍휼히 여겨 내 사랑하는 아들을 너희 죄의 댓 가로 십자가에 못 박혀 피 흘려 죽게 하였으며, 사흘 만에 사탄의 사망권세를 모두 깨뜨리고 부활하여 너희를 구원하고자 하였다. 누구든지 내 아들 예수를 말미암지 않고서는 내게로 올 자가 없으며 천하에 구원받을만한 이름을 예수 외에는 준일이 없느니라. 사람에게 죽음은 정해진 이치요 죽은 뒤에는 심판이 있느니라. 다만 아들의 보혈로 깨끗함을 입은 자들에게는 생명의 면류관이 예비 되어 있느니라.”

 

 

    준엄한 그 목소리에 온 땅이 흔들리고 풀꽃들이 화답하고 흐르는 폭포수가 거꾸로 솟아올라 수많은 작은 물방울로 갈라져 대지를 적시며 높으신 그분을 찬양하였다. 하늘 위에서는 수많은 별들과 행성들이 일렬로 움직이며 창조주를 기념하였다. 꿇어앉은 두 무릎사이로 회개와 기쁨의 눈물이 흘러내리고 있었다. 부모님을 저주했던 나의 잘못도 모두 씻겨 내려가 눈보다 더 하얀 사랑으로 피어올랐다.

 

      또한 이제껏 살았던 세상은 모두다 사탄의 권세에 매여 사는 허상이라는 사실도 깨달았다. 인생의 본질은 창조주께 있으며 우리의 수명이 다 한 후에는 심판이 있음도 알게 되었다. 우리 인생이 어디서 왔으며 어디로 가는가? 나는 한번도 이런 질문을 해본 적이 없었다. 지금까지 나에게 일어난 모든 일 들이 주마등처럼 스쳐갔다. 하나님께서는 우리가 태중에 있을 때부터 구원의 계획을 가지고 계셨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창조주와 영적인 분리는 곧 죽음과 고통을 의미한다. 하나님의 피조물중 천사와 인간에게만 자유의지를 허락하셨다. 선택은 우리의 몫이다. 하나님의 초장 안에 거하며 생명을 얻을 것인가? 아니면 어두움에 거하여 사망을 얻을 것인가?

 

 

   많은 사람들은 보이는 세상만을 믿으려 한다. 보이지 않는 세상이 더 크고 만질 수 없는 것들이 더 소중하다는 생각을 미쳐 생각하지 아니한다. 하나님은 사랑이시며 끝없는 인내로 우리를 기다리신다. 나는 어느새 어른이 되어있었다. 한 아이의 엄마로서 진리를 가르치고 있었으며 내가 만난 하늘나라를 증거하고 있었다. 샬롬.

 

 

출처/창골산 봉서방 카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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