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 1. 24. 13:07ㆍ좋은 글, 이야기
무거운 짐을 내려놓고
지난 토요일에는 오랫동안 미뤄왔던 병원을 가게 되었습니다. 한 참 동안이나 어깨와 팔이 아프고 왼쪽 다리와 무릎이 아파 쩔쩔 매면서도 미련에 극치인지라 병원 가는 것을 생각지 못하고 그저 밤에 잠잘 때 온돌방에 지지는 것 정도로 만족하며 식구들에게 주물러달라는 정도의 요청으로 그냥 그저 시간이 지나면 낫겠지 하는 안일함으로 하루하루 버티다가 남편의 성화에 못 이겨 결국 주말을 이용하여 인근에 있는 병원에 가게 되었습니다. 엑스레이 촬영을 하고 목이랑 허리에 침을 놓더군요. 어깨와 팔이 아픈 것은 목 디스크라고 하는데 몇 번, 몇 번 뼈가 이상이 있다고 하는데도 현실로 다가오지는 않았습니다.
다리의 고통은 허리의 디스크로 인한 것이라는데 그 역시도 귀에 들어오지 않습니다. 의사 선생님께서 평생 무거운 것을 들지 말라고 하시더군요. 앞으로 영영 팔을 쓸 수 없다 라고 까지 하시면서 엄포(?)를 하시더군요. 물리치료를 받는데 팔, 다리, 어깨, 허리 어디 부분부터 받아야 될지 몰라 망설였더니 허리를 중점적으로 치료해 주시더군요. 의사 선생님께서는 평생 동안 “나는 무거운 짐을 들 수 없어” 라고 생각하라고 하셨는데 살면서 어찌 그럴 수 있나요. 성질 급한 저로서는 정말 힘든 과제입니다.
볼을 에는 추위에 맞서 집으로 걸어오면서 생각해 보니 그동안 참으로 무거운 짐을 많이도 졌던 기억이 새록새록 납니다. 초등학교 시절 나무를 해서 군불을 때고 밥을 짓는 시골이라 또래들과 함께 높은 산으로 나무를 하러 다녔던 기억이 납니다. 가랑잎 같은 것은 가볍지만 벌목을 한 후 남은 나뭇가지들은 꽤나 무거운 짐이 되었습니다. 겨울철 생고구마 하나 들고 빈 지게를 지고 산등성이에 올라가 (또래라고 하지만 대 여섯 살 이상 차이가 나는 언니 오빠들이지요.) 한 짐의 나무를 해놓고 함께 먹는 고구마의 맛은 진정 꿀맛입니다. 코피가 터지고 어깨가 시퍼렇게 멍이 들어도 시골 생활은 당연히 그렇게 사는 것으로만 알았지요.
집집마다 소를 키우니 꼴을 베는 것, 빨래하는 것, 가마솥에 밥 짓는 것, 담배 농사를 짓다보니 담배 잎 엮는 일 등등 논과 밭이 삶의 터전이기 때문에 어른아이 할 것 없이 다들 그렇게 살았습니다. 산이나 들, 논과 밭은 일터이기도 하지만 우리들에게는 놀이터요, 때로는 일용할 양식을 얻을 수 있는 풍부한 낙원이기도 했습니다.
중학교를 졸업하고 방직공장 일을 3교대로 하다 보니 또 무거운 짐을 질 수 밖에 없었네요. 당번을 짜서 돌아가면서 무거운 짐을 들어 올려 주는 것인데 지금은 기억도 잘 나지 않습니다. 도자기 공장에서 일을 할 때도 여성스럽지 못해서 그런지 또 남자들이 하는 일을 하게 되고 결혼하여 장사를 하다 보니 오랫동안 무거운 음료박스 채소박스를 들게 되었네요.
인생의 사춘기인(40대를 저는 사춘기라고 표현합니다) 요즈음 어른들이 말씀하시는 골병이 들었는지 여기저기 온 몸이 저립니다.그러고 보니 일을 할 때도 나 아니면 안 돼! 라는 생각에 열심히 했던 것 같습니다.신앙생활을 하면서도 나의 욕심은 나눌 줄 모르고 짐을 함께 들 줄도 모르고 그저 혼자만이 무거운 짐을 지고 다녔습니다.
주님께서 무거운 짐을 내려놓으라 하셨는데.......그 무거운 짐을 나 홀로 지고 견디다 못해 이리저리 헤매 이는 나의 모습이란.......나의 욕심이 아직도 너무 과한가 봅니다. 주님이 내 대신 무거운 십자가를 지셨고 지금도 나와 함께 하시는데 아직도 근심과 염려로 또 다시 무거운 짐을 나 홀로 지고 이 길을 갑니다.
나의 욕심이 나의 못난 자아가 나를 짓누르고 힘겹게 하건만 나의 못난 마음은 오늘도 주님 보다는 내가 앞서는 일이 너무나 많네요.주님 것을 내 것 인 것처럼 너무나 함부로 하는 나 자신을 회개합니다. 육신의 욕심이 너무나 넘치니 이 죄인이 어찌 할까요.
출처/창골산 봉서방 카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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