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 1. 25. 12:29ㆍ좋은 글, 이야기
신년 금식 기도
2012년은 60년 만에 돌아온 흑룡의 해라 하여 속옷에도 흑룡 무늬가 있고, 필통에도, 연필에도, 어느 제품에도 온통 흑룡 그림 일색이다. 우리 교회에서는 성탄절 때 마다 여전도회에서 온 교우들에게 선물을 드리는데, 여자 성도들에게는 버선, 남 성도들에게는 양말, 특별히 목사님과 장로님에게는 내의를 한 벌씩 선물로 준다.
그동안 내의를 안 입다가 선물로 받았으니 입으라고 내가 재촉을 하니 그렇잖아도 날씨도 춥고 하니 올해에는 내의를 입어야겠다며 펴서 입고 보니 앞 쪽에 흉측한 흑룡이 꿈틀대며 용틀임하고 있었다. "악은 어떤 모양이라도 버려야 한다.(살전5:22)" 라고 하면서 목사님은 기어이 회사의 전화를 찾아 항의를 했다. 하긴, 어찌 회사 탓만 할 수 있겠는가? 온통 이 나라의 문화가 그러하거늘. 예수님을 믿지 않는 자나 믿는 자나 똑같이 세류를 따라 가는 세상이다.
그리하여 신앙인들이 세상에서 불신자들과 방불한 삶을 살아 구별됨이 없이 하나님 없는 것처럼 살아가고 있으므로 안티 크리스챤들이 늘어나 기독교인들을 신랄하게 비판하고 있음을 볼 때 부끄럽고 안타깝기 그지없다. 그리스도인들이 구별된 삶을 살고 이 세상에서 예수님의 문화 혁명을 일으켜 세상의 빛과 소금된 삶을 살아야 마땅한데, 나도 그리스도인으로서 하나님 앞에서 부끄럽기가 한없다.
우리 교회에서는 2012년도 새 해에는 좀 달리 살아보자 하여, 이제는 하나님의 뜻을 좀 알고 살아보자는 분위기가 일어 연초에 신년 금식 기도를 하러 금식기도원에 가기로 하였다. 그 동기가 된 것은 2011년 12월에 있었던 부흥회 강사 목사님의 영향을 받고 그분의 말씀에 깨닫는 바가 있게 되어서인데, 그 목사님은 십일조 금식이라 하여 한 달에 5일씩 금식하시고 하루에도 아침과 저녁에 금식하고 하루 한 끼로 살아간다고 하니 우리 성도들은 큰 도전을 받게 되었다.
그래서 우리 목사님이 부흥회가 끝나고 우리도 금식 한 번 해보자고 제안했을 때 중직들이 모두 흔쾌하게 찬성을 하였다. 그리하여 마침 2012년 1월 1일이 첫 주일이어서 그 날 오후 예배를 마치고 우리 부부, 장로님, 6분의 권사님, 1분의 집사님 해서 모두 10명의 기도 용사들이 의무적(?)으로 자원하여 금식기도를 하러 갔다.
다른 교회 다니다가 우리 교회 마을로 이사를 오셨기 때문에 한 달 전에 우리 교회에 등록하신 집사님 한 분만 제외하고는 장로님과 권사님들은 생전 처음으로 금식기도를 하러 가니 설레기도 하고 두렵기도 한 마음을 갖고 가면서 어느 권사님은 "우리가 금식기도를 하게 되다니 영광이다."라고 하셨다. 그만큼 그동안에는 시골교회에서 어떤 면에서는 나태한 신앙생활을 해왔고 느슨한 신앙생활로 그저 교회만 잘 다니면 되지 하는 안일한 삶을 살고 있었던 것이다.
권사님들은 60대 중반에서 70대 초반까지이니 육체적으로는 연약하다. 특히 시골 여성들이 농사철에 일을 많이 하기 때문에 육체가 쇠약한 편이다. 무릎, 허리, 발목, 손목 등 모든 뼈의 관절이 연약하고 뇌졸중 환자, 허약 체질자 등 어찌 보면 종합병원이라 할 만큼 병고들을 짊어지고 살아가고 있다. 그러니 3일 금식기도를 하러 간다 하여 자녀들이 말렸다는 권사님도 계시고, 남편이 많은 걱정을 하며 말렸다는 권사님도 계셨다.
현재 시무 권사님들이 총 6명인데, 몸이 가장 연약하고 소를 두 마리 키우고 계시는 권사님은 여러 가지 방해물들이 많아서 주일 오전까지만 해도 못갈 것 같다고 하시더니 막상 출발할 때가 되니 짐을 챙겨 나오셨다. "소들은 어떻게 하고요?" 라고 물으니, "아, 내가 금식하니 소도 금식해야지요." 하면서 동참하게 된 것을 즐거워하셨다. 할렐루야! 하나님께서는 마음을 드리는 자에게 이렇게 은혜를 주신다.
오후 6시에 도착하니 접수를 하는데, 원장님께서 어찌나 깐깐하신지 1일 오후 6시에 시작하여 4일 오후 6시에 마쳐야 한다고 하셨다. 놀라운 것은 그 곳은 3일 금식 기간에는 물도 마시지 않는 단식이라고 하셨다. 우리는 갈 때부터 물은 마시겠지 하면서 3일 정도 밥 굶는 거야 뭐 할 수 있겠지 했는데 청천벽력의 명령이셨다. 우리는 속으로 '큰 일 났네.' 하면서 서로 눈짓을 주고받으며 어떻게 물은 마시는 금식으로 할 수 없나 궁리를 하였으나 원장님이 어찌나 단호한지 아무도 말을 꺼내지 못했다.
저녁 7시 30분에 저녁 예배 후에 개인기도 하고 잠을 자고, 새벽 2시에 기상하여 4시까지 개인기도 하고, 4시부터 새벽예배 후에 개인기도 하고, 오전에는 개인적으로 기도하고, 오후 2시에 오후예배 후에 개인기도 하고, 좀 쉬었다가 오후 7시 30분에 다시 저녁예배, 그런 식으로 진행되었다. 우리는 쉬는 시간이 좀 많다고 하여 목사님이 우리 성도들의 자투리시간 계획을 짜주었다. 오전 8시~9시에 성경읽기, 오전 11시~12시까지 개인기도, 오후 5시~6시까지 합심기도를 하라고 하였다.
2일 오후가 되니 목은 타고, 집을 떠나 온데다가 방에는 방음시설이 안되어 깊은 잠을 잘 수 없어 몸이 엄청 피곤하여 휘청거렸다. 예배당 앞에는 암반수가 수도꼭지에서 겨울이라 얼지 말라고 그랬는지 쫄쫄쫄 소리 내며 나오는데 그 소리조차도 우리의 혀와 입술을 고문했다. 그 소리는 혀와 입술을 더욱 타오르게 만들었다. 3일이 지난 금식자들은 원장님의 허락하에 물병을 들고 예배당에 들어오는데 어찌나 부럽던지 우리 교회 성도들은 그 물병을 바라보며 눈을 떼지 못하였다. 배는 고픈 줄을 몰랐다. 물을 마시면서 금식을 할 때에는 짧은 3일 동안에도 여러 가지 음식이 떠오르더니 물도 금한 금식을 하고 보니 음식은 하나도 안 떠오르고 제발 물만 한 잔 마셨으면 하는 생각이 간절하였다. 그럴 때 다들 예수님이 십자가 위에서 "내가 목마르다.(요19:28)" 하셨던 말씀이 떠올랐다고 고백하였다.
60대, 70대 권사님들과 사모인 나는 한 방을 썼는데, 그들은 비슷한 또래들이라 어린 소녀들처럼 방에서 쉬는 시간이면 티격태격 발장난을 치시고 손장난을 치시고 키득키득 웃고 그러면서 입을 모아 "지금도 마음은 19살이여."라고 하신다. 그러다가 시집오기 전 처녀 시절 얘기를 하기도 하고, 자녀들 얘기를 하기도 하고 3일 동안 도대체 제대로 잔 시간이 거의 없었던 것 같다. 권사님들은 이구동성으로 "우리가 이 무슨 영광이여. 사모님하고 함께 잠을 다 자고." 하셨다. 목은 타서 괴롭지만 마음은 즐거워하셨다. 생전 처음으로 그렇게 목이 말라 입술이 갈라져 피가 배어나고 물 한 잔만 마셨으면 얼마나 좋을까 하면서 갈급한 심령의 상태가 이렇겠구나 하고 느꼈다고 하셨다.
원장님은 "쎄게 쎄게"를 외치시면서 기도도 세게 해야 하고 찬송도 세게 해야 하고 성경도 세게 읽고, 박수도 세게 치라고 요구하셨다. 장기 금식자들이 있는데 10일, 20일 장기 금식자들도 세게 부르짖어 기도해야지 그러지 않으면 원장님에게 혼난다. 우리 권사님들은 금식을 처음 하는지라 그들을 보고 감탄하며 부러우면서도 "우린 죽었다 깨나도 20일은 못 할 거야." 라고 자조적으로 말씀하셨다. 그러면서도 다음에도 오고 싶다고들 하셨다. 금식을 하고 나니 몸도 가뿐해질 뿐만 아니라 영이 맑아진 것 같아서 아주 좋다고 하셨다. 그리고 기도소리도 엄청 커졌다. 그동안에는 새벽기도회 때 속으로 웅얼웅얼 했는데 이제는 크게 부르짖어 기도하게 되어 새벽기도가 뜨거워졌다.
원장님께서는 전례가 없는 일이라고 염려를 하셨지만 마지막 날이 수요일이라 수요일 밤 예배가 있어서 4시에 보식을 하지 못하고 교회로 출발을 하였다. 원래는 6시까지 기도원에서 기도를 하다가 기도원에서 주는 보식을 한 끼 먹고 집으로 출발한다고 한다. 원장님은 어찌나 철저한지 시간을 정확하게 지켜야 함을 강조하셨다. 우리는 차 속에서 모두들 목이 탔던 이야기를 쏟아냈다. 입술이 부르튼 서로를 보면서 웃고 난리였다. 다들 입술은 부르트고 혀는 말려 올라가고 침이 말라 말도 제대로 나오지 않았다.
교회에 도착하니 어느 집사님이 찹쌀 죽을 끓여왔는데 냄새가 죽여줬다. 평소에는 잘 먹지도 않는 흰 쌀 죽인데 엄청 맛있어 보였다. 5시에 도착하여 보니 눈이 많이 와서 마당이 눈으로 덮여 있어 누구는 눈을 쓴다 하고 목사님은 교회 난로에 불을 피우고 사택에 불을 피우느라고 바쁘고, 모두들 6시를 기다리는데 시간은 가지 않고 상에 둘러 앉아 시계를 바라보며 시간이 가기를 기다렸다.
컵마다 물을 따라 놓고, 죽을 퍼 놓고, 동치미를 차려 놓고 6시 3분 전에 식사 기도를 하고 6시 땡 되니 모두 물을 마시고 나더니 "아, 이제야 살겠네." 하면서 이구동성으로 물맛이 이렇게 좋은 줄 평소에는 몰랐음을 깨닫고 물을 주신 하나님께 감사하였다. 또 찹쌀 죽이 매우 고소하고 맛있었다. 쌀이 확 퍼진 죽인데도 그 죽을 한 그릇 비우고 나니 힘이 불끈 솟아 언제 기운이 없었나 하였다.
그 기도원은 ◯◯◯ 민족 금식 기도원인데, 예배 전에 찬양을 인도하는 전도사님의 인도에 따라 찬양을 한 후 나라를 위하여, 죄와 허물로 죽은 영혼들의 구원을 위하여, 성도들의 변화와 회복을 위하여 부르짖어 기도하고, 원장님이 예배를 인도할 때에도 중간, 중간에 나라를 위한 기도를 많이 하게 하셨다.
우리도 이 나라의 정치, 경제, 교육, 문화, 종교 등 전반적인 변화와 회복을 위하여, 이북 땅과 백성들을 위하여, 이 나라의 안정과 전쟁이 없게 해 주시라고, 군대를 위하여, 군인들을 위하여, 교회를 떠나고 예수를 떠나는 청소년들을 위하여, 주일학생들의 수가 줄어드는 한국 교회들을 위하여, 다음 세대를 키우지 못하여 여호수아와 그 시대의 장로들이 죽고 난 후의 이스라엘 백성들처럼 하나님을 알지 못하여 헛된 우상을 섬기고 하나님 앞에 범죄한 사사기 시대의 암울한 상황을 반추하며, 이 나라도 곧 그리되고야 말 운명임을 눈물로 회개하며 많이 기도하였다.
이 나라가 하나님의 은혜로 오늘날 이토록 풍족하게 되었으나 백성들이 배부르고 풍족해지니까 자만하고 교만하여 마치 자신들의 능력과 힘으로 잘 사는 줄 알고 하나님을 인정하지 않고 오만방자한 현실을 생각하며 통곡하는 금식자들이 있기에 이 나라가 지금까지 건재하고 있지 않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십자가를 지러 가시는 길에서 예수님을 위하여 우는 여인들에게 "나를 위하여 울지 말고 너희와 너희 자녀들을 위하여 울라.(눅23:28)"라고 말씀하셨던 주님의 말씀을 생각하면서 오늘날 부모 된 우리들이 올바른 신앙교육을 하지 않아 목회자의 자녀들까지도 예수를 떠나 세상길로 나아가는 현실에 가슴을 치며 우는 자들이 많았다. 물론 병들어서 온 자들도 있고, 사업 때문에, 직장 문제 때문에 온 젊은이들도 있었다.
그러나 신년을 맞이하여, 특히 흑룡의 해를 맞이하여 더욱 득세하게 될 사단의 궤계를 물리치고 하나님 앞에 더 가까이 나아가고자 새롭게 다짐하는 마음으로 목사님이 교우들을 이끌고 온 교회들이 더러 있었다. 그리고 매 달 십일조 금식을 하는 고정 금식자들도 여럿 있었다. 그래서 나는 감사하였다. "하나님, 아직 이 나라에는 울며 금식하며 기도하는 자들이 있으니 하나님이 기뻐하시겠군요. 나의 자녀들아, 내가 너희들의 눈물을 보았노라. 너희들의 회개를 들었노라 하시겠군요." 라고 생각하면서 이 나라가 이토록 부패하고 정직하지 못한 면이 많고 범죄가 쌓였으며 온갖 추악한 죄악이 관영해 있는데도 불구하고 이 나라가 아직도 건재하고 있는 것은 이러한 눈물의 금식 기도자들이 있기에, 회개의 열매를 맺으며 살려고 발버둥치는 성도들이 곳곳에 있기에 하나님이 촛대를 옮기지 않고 회개의 기회를 주시고 계심을 묵상하였다.
출처/창골산 봉서방 카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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