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 10. 15. 22:31ㆍ좋은 글, 이야기
공약(公約) 혹은 공약(空約)
공약이란 정부나 정당, 입후보자 등이 어떤 일에 대해 사회 공중에게 실행할 것을 약속하다, 라는 뜻이라고 사전에서 밝히고 있다. 그러나 공약(公約)이 공약(空約)이라고 생각하는 후보자나 유권자들이 대부분인 시대가 되었다. 후보자는 얼마나 공약을 실행하려는 마음으로 공약을 내놓으며 투표자는 공약을 얼마나 신뢰하며 투표를 할까 의심스럽다. 우선 나부터도 공약에 그다지 비중을 두지 않고 투표를 한다. 그리하여 어느 후보가 무슨 공약을 했는지, 당선자가 된 후에 공약을 잘 지키고 있는지를 확인하지 않는다. 얼마나 너그러운 국민인가.(?)
그러나 국민 모두가 꼭 나 같지만은 않은 모양이다. 요즘 박 대통령은 선거 때 노인들에게 기초연금을 지급하겠다고 공약하였다가 이제 와서 그것을 실행할 수 없어 노인들에게 머리 숙여 사과하는 상황에 이르렀다. 공약을 실행할 수 없어 대통령이 국민 앞에 머리 숙여 사과한다는 것 자체가 과거의 정치계에서는 볼 수 없었던 광경이기도 하다. 어쨌든 전에는 볼 수 없었던 정치 풍경이다. 나는 대통령이 자신이 선거 때 했던 공약을 지키지 못함으로 국민들에게 고개 숙여 사과하는 풍경은 참 아름다운 풍경이라고 여긴다. 그러한 일이 언제 있었던가. 그것이 진심인지 정치적인 수완인지 지금은 잘 알 수 없다 할지라도 미래에 역사가 그 진의를 증명해 줄 것이다.
노인들에게 기초연금을 넉넉하게 지급하겠다고 공약을 한 것은 누구의 머리에서 나온 것인지 모르겠으나 시대를 잘 읽은 것임에 틀림없다. 오늘날 우리나라는 노인들의 힘이 세졌다. 힘이 세졌다는 말은 그 수가 많아서 영향력이 막강하다는 것이다. 병원도 노인요양병원이 흑자를 낸다고 한다. 노인들의 투표율 또한 높다. 거의 백 프로에 가까울 것이다. 시골에서는 투표일이 되면 동네 사람들이 자기 동네의 백 프로 투표율을 위해 합심하여 봉사한다.
목사는 교우들을 봉고차로 실어 나르고, 이장, 청년회장, 농민회장은 자기의 차나 동네 사람들 차를 동원하여 하루 종일 마을 노인들을 실어 나른다. 그러니 투표를 안 하고는 배겨낼 수가 없다. 98세나 되어 걸을 수 없는 노인도 부축하여 투표장에 간다. 침상에 누워 있던 노인도 그 날은 자리를 털고 일어나 투표를 하러 간다. 나는 혹여 투표를 하지 못할 상황이 발생하지 않도록 해야 한다. 투표가 끝난 후 내 이름에만 비 투표자라는 증명이 남게 될 테니까. 갈수록 노인들을 위한 공약을 내세우지 않고는 당선되기 어려울 것이다. 그리고 공약(公約)이 공약(空約)이 되지 않기를 기원한다.
나는 한 달 전에 ○○초등학교 영어 회화 강사가 출산으로 인하여 특별휴가를 얻게 되어 대체강사로 와 달라는 청을 받고 졸지에 90일 동안 초등학교 영어 강사로 일하고 있다. 중고등학교에서만 29년 동안 영어를 가르쳤던 내가 초등학교 학생들에게 영어를 가르치자니 여간 어려운 것이 아니다. 일단 초등학교 학생들은 엄청 떠든다. 수업 분위기를 잡는데 애를 먹고 있다. 시간마다 아이들과 전쟁을 하듯이 수업을 한다. 누가 말의 주도권을 잡느냐가 수업 성패의 관건이다. 아이들은 틈만 나면 교사의 말꼬투리를 잡아 떠들 요량을 한다.
20여 년 전, 처음 초등학교에서 ‘열린 수업’이 대세를 타던 시절에 자녀의 학교를 방문할 일이 있어 초등학교에 갔는데 수업시간인지 쉬는 시간인지 구분 없이 어찌나 떠들어대는지 귀가 다 먹먹할 지경이었다. 그 때에 항간에 그러한 상황을 놓고 ‘열린 수업’이란 아이들의 입이 열린 수업이라는 말들이 있었다. 하여튼 요즘 아이들의 입은 거침이 없어 황당할 때가 많다.
내가 출산을 할 즈음에는 겨우 30일의 출산 휴가를 주었다. 너무 짧아서 출산일 앞뒤로 날짜를 잡으면 몸도 제대로 풀지 못하고 학교에 복귀했으며 내 아이들에게 모유를 먹이지 못했다. 지금은 많이 좋아져서 출산휴가를 90일을 주는데 심지어 비정규직 교사들에게도 똑같은 대우를 해준다니 격세지감을 느꼈다. 참 고맙다는 생각이 든다. 아직도 비정규직에 대한 처우는 개선해야 할 점들이 많지만 그래도 점점 더 좋아지고 있으니 지켜볼 일이다.
9월 초에 2학기 전교 회장, 부회장을 선출한다고 일주일 동안 벽보를 만들어 붙이고 아침 등교 시간에는 교문 앞에서 피켓을 들고 선거 운동을 한답시고 요란을 떨었다. 어떤 아이들은 누구의 선거운동원이라고, 혹은 선거 참모라고, 혹은 자신이 후보자라고 수업시간에도 얼씨구나 하고 당당하게 늦게 들어오곤 했다. 5학년 한 여자 아이가 자기 오빠가 6학년인데 이번에 회장에 출마했다고 자랑을 했다. 선거가 끝나고 다음 날, 그 아이에게 오빠가 당선되었느냐고 물었더니 그 아이의 대답이 걸작이었다. 무슨 비밀이라고 내게 귓속말로 속삭였다.
“다른 오빠가 되었는데요, 사실은요, 선생님, 그 오빠가 선거 공약을 거짓말로 하여 아이들을 꼬셨거들랑요.”
“선거공약이 무엇이었는데?”
“시험을 일 년에 두 번만 보게 한다고 했어요. 그래서 아이들이 모두 그 오빠를 찍었지 뭐예요?”
그야말로 그 공약 속에는 아이들의 마음이 많이 드러나 있음을 알 수 있다. 이루어질 수 없는 공약임을 뻔히 알면서도 한 가닥의 기대를 걸고 그 후보자를 찍는 마음이라니, 참 사람의 마음처럼 간사한 것이 없다 싶었다. 작년에 대통령 선거를 할 때 웬일인지 시골의 대부분의 노인들이 박근혜 후보를 지지하더라니, 그런 꼼수가 있었던가 보았다.
초등학교 6학년짜리가 벌써부터 거물 정치인들이 할 수 있는 선거전을 구상하다니……. 어느 어른 참모가 뒤에 있었는지는 알 수 없으나, 참으로 노회하고 영특한 정치인의 기질을 벌써부터 터득하고 있음을 알 수 있겠다. 장차 국회의사당에 진입할 공산이 상당히 크다 하겠다.
사람은 지키지도 않을 요량이면서도 우선 자기가 원하는 직위를 얻기 위하여 거짓 공약을 하는가 하면, 지키려고 아무리 애를 써도 자기 힘으로는 지킬 수 없는 공약임을 알면서 공약을 내걸기도 한다. 그러나 하나님은 자기가 한 약속은 반드시 지키시는 분이니 그는 신실하시고 미쁘신 분이시다.
“그가 우리에게 약속하신 것은 이것이니 곧 영원한 생명이니라.(요일2:25)”
“하나님이 세상을 이처럼 사랑하사 독생자를 주셨으니 이는 그를 믿는 자마다 멸망하지 않고 영생을 얻게 하려 하심이라.(요3:16)”
하나님은 식언치 않으시고 약속을 지키지 못할 무능한 분이 아니므로 하나님이 약속하신바 영원한 생명 곧 영생을 주실 것을 믿으매 믿는 자에게는 영생이 있고 믿지 아니하는 자에게는 영생이 없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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