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동은 아무나 받나?(소록도 봉사 후기)

2005. 6. 10. 10:08좋은 글, 이야기



감동은 아무나 받나?

살아생전에 꼭 한번은 가보아야 할 섬, 세상은 그들을 버렸어도 그들은 오히려 세상 사람들에게 감사와 사랑을 가르쳐 주는 곳, 하늘의 벌이라는 한센병(나병)에 걸려 사랑하는 가족들과 살지 못하고 쫓겨 간 천형의 땅으로 알려진 작은 섬을 기도의 섬, 작은 천국으로 바꾸어 놓은 곳, 우리는 그 곳을 소록도라고 부른다.

10년째 1년에 4번씩 봉사를 가는 소록도이지만 매 순간마다 어려움은 있기 마련이다. 직장 다니는 분들을 위해 현충일 당일 코스로 봉사 일정을 정했었다. 올해도 현충일은 다가오고 있었고 봉사를 떠날 준비를 한다. 봉사자를 모집하고 준비기도에 들어간다. 내가 하는 기도는 “주님 무엇을 어떻게 해주세요.”가 아니라, “주님, 연약한 제가 해야 할 것이 무엇입니까. 제가 어떻게 해야 하나요.” 주인께 지시를 받는 종의 입장으로 기도를 드리는 것이었다.

황금연휴가 겹친 현충일이라 봉사자가 쉽게 모이지 않았다. 봉사자 접수 마감을 해 놓고, 일곱 명을 선발하여 하루씩 금식기도에 들어간다. 첫째 날 배턴을 내가 끊는다. 자정이 넘어 다음 주자에게 금식기도는 넘어 간다. 그렇게 기도를 해 가는데 출발 3일을 남겨 놓고 갑자기 봉사 신청 접수가 밀려온다. 급하게 차량 한 대를 더 섭외하고 인원 점검을 해 보니 예상 인원을 훨씬 초과했다. 이제는 어떻게 봉사자 전원에게 소중한 체험을 하고 오도록 일정을 잡을 것인가로 고민을 한다. 식사 봉사를 할 때 직접 어르신들께 먹여주는 음식이 좋겠다고 했더니 샤브샤브로 하자는 아내의 의견이다. 마침 여수에서 활어 양식을 하시는 바다목장님이 활어를 공수해 오신단다. 한 상에 소록도 어르신들 3명, 봉사자 3명이 함께 앉아서 함께 식사하는 모습이 그려진다. 식사 후 가정방문과 견학까지 하면 당일 코스로는 최고라는 결정을 내린다. 열심히 준비하는 아내, 미룡간사, 용서와 사랑님, 그 모습들도 보기 좋다.

일부는 낮에 출발을 하고, 단체로 출발하는 일행들은 출발 1시간 전까지 경기도 화성시 마도면 송정리에 있는 자오 쉼터로 모이시라고 연락을 했었는데, 초저녁부터 봉사자들이 모이기 시작한다. 밤 10시 50분에 한자리에 모였다. 간단한 기도회를 한다. 봉사 일정에 대한 설명과 주의사항 등을 설명해 준다. 식사 봉사 때는 소록도 어르신들과 한 그릇에서 밥을 먹어야 하는데 자신 없는 사람은 손들라고 했더니 몇 분이 손을 든다. 그분들은 다른 쪽 봉사를 시키기로 했다. 차량 배치를 끝내고 장영섭 목사님 기도를 끝으로 차에 오른다. 각자 차에 올라 자리를 잡고 중간 집결지에서 만나기로 하고 출발이다. 중간 집결지마다 서로 만나서 운전사를 교대하도록 한다. 장거리 운전에는 반드시 교대자가 있어야 한다. 각자의 차량에서는 출발 때는 웃음소리가 들렸는데, 휴게소에서 보니 코고는 소리가 들린다. 1호차인 우리는 긴 밤이 짧기만 했다. 할 이야기도 많았고 들을 이야기도 많았다. 그렇게 밤길을 달려 녹동 항에 도착하니 새벽 5시 10분이다. 다른 일행과 7시에 만나기로 했는데 시간이 남는다. 한숨씩 자라고 했더니 잠잘 생각은 않고 설레는 마음으로 소록도를 바라보는 일행이다. 미리 준비한 김밥으로 아침을 대신하게 한다. 전날 미리 도착한 일행도 모두 합류를 했다. 활어를 싣고 오는 바다목장님이 여수에서 이제 출발하셨단다.

배에 차 6대를 싣고 소록도로 들어간다. 강대시 장로님이 선착장에 마중을 나오셨다. 미리 입도 신청까지 해 놓고 안내소에 봉사인원 보고까지 대신 해 놓으셨다. 차를 타고 동성교회로 이동을 한다. 아름다운 경치는 더욱 푸름을 더하고 바닷물은 여전히 하얀 포말을 일으키고 있다. 동성교회에 도착하여 예배당에서 도착기도회를 한다. 전날 밤에 소개하지 못한 봉사자들을 소개하는 시간을 갖는다. 서로 인사하고 이름이라도 알며 봉사하면 서로가 어색하지 않고 좋기 때문이다. 음식 준비할 것이 그렇게 많지 않고 시간이 조금 남아서 중앙공원 견학을 가기로 한다. 주방에는 아내와 미룡간사, 그리고 몇 명만 남게 하고 모두 견학을 가도록 했다. 나를 부축해줄 사람을 찾았다. 키가 아담하고 기운이 있어 보여야 된다. 키가 크면 내가 매달려야 하기에 서로가 힘들어서 오래 걷지 못하기 때문이다. 은희 자매가 나눔 발이 되어 주겠단다. 카메라 담당은 깽순이님과 겨울 나그네님이 맡았다. 중앙공원의 이모저모를 구경하며 설명을 해 준다. 감금 실도 구경하고, 생체 실험과 2세의 탄생을 막기 위해 정관수술을 강제로 시행했던 단종대, 한센병의 원인을 규명한다며 사체 해부와 생체 실험이 자행 되었던 검시실도 견학을 한다. 소록도의 역사가 그래도 담겨 있는 자료실까지 견학하고 나와서, 일본의 만행을 알리고 그들에게 보상을 요구하는 서명운동에 모두 동참을 한다. 견학을 마치고 박멸탑 아래서 단체로 기념사진을 찍고 청년들에게 빨리 뛰어가 주방 일을 도우라고 하니 신나게 뛰어간다. 역시 젊음이 좋다.

지붕에는 용서와 사랑님이 올라가 배수로 청소를 하고 있다. 보이지 않는 부분까지 섬기는 모습이 좋다. 화장실 청소하는 청년들 모습이 아름답다. 겨울 나그네님과 백합꽃향기님이 조장이 되어 남녀 화장실 청소를 하고 있다. 청년들이 화장실 바닥에 비누칠까지 하면서 정성을 다해 청소하고 있다. 5년 전에 교도소에서 출소한 형제와 함께 왔을 때 그 형제가 치약까지 동원해 화장실 청소를 하는 모습을 보고 감동했는데, 그 감동이 이번에도 재현되고 있다. 물이 부족하기에 우물에서 물을 길러와 청소를 돕고 있는 복음가수 박혜경 전도사님, 조장 백합꽃 향기님, 모두 아름다운 모습이다.

예배당 안에 상이 차려진다. 전골냄비에 육수가 채워지고 단 호박 조각이 먼저 들어가 있다. 각종 야채와 소고기가 접시에 가득 담겨 있고, 여러 가지 반찬이 놓여 있다. 한쪽에서는 마지막에 먹을 칼국수가 담겨지고 있다. 어르신들이 예배당으로 모이기 시작한다. 오시는 순서대로 세 분씩 한 상에 앉게 한다. 봉사자도 세 명씩 곁에 앉는다. 냄비에는 육수가 끓고 있다. 주방에서 열심히 회를 떠 와서 상에 놓는다. 푸짐한 밥상, 행복한 밥상이 차려졌다. 뜨거운 국물에 야채와 소고기를 살짝 익혀서 부드러울 때 소스를 적셔 먹는 음식이다. 어르신들이 젓가락질을 할 수 없기에 봉사자들이 해 주어야 한다. 손은 뭉툭 잘려진 조막손, 눈이 보이지 않고 이빨을 덜렁거리며, 침까지 흘러나오고 있는 어르신들께 맛있게 잡수라며 음식을 먹여 주는 모습, 음식이 뜨겁다며 호호 불어 먹기 좋게 식혀서 입에 넣어 주는 모습, 할아버지 입에 연신 회를 넣어주다가 덩달아 자기도 그 젓가락으로 회를 먹고 있는 봉사자들, 할아버지 할머니 입에 들어갔던 젓가락 숟가락은 부지런히 전골냄비에 들어가고, 어느새 누구 젓가락인지 모르게 함께 식사를 하는 봉사자들의 모습은 천사들이 하강한 모습이다. 주의사항을 설명할 때 반드시 어르신들과 함께 식사를 하라고 했었는데 그렇게 말하지 않아도 좋을 듯 했다. 한쪽에서는 연신 음식을 날아오고, 다른 봉사자는 차를 끌고 가서 이동이 어려운 어르신들을 모셔 온다. 기쁨으로 행하는 봉사자들의 모습은 글로서 다 표현할 수 없음이 안타깝다. 이렇게 멋진 분들을 인솔해 올 수 있도록 인도하신 하나님께 감사를 드린다. 넉넉한 시간을 두며 식사를 하다 보니 어느새 어르신들과 정이 들어서 여기저기서 웃음소리가 터져 나온다. 감사하다. 후식으로 수박까지 먹고 나서 상을 치운다. 어르신들을 다시 모셔다 드리는 분들, 열심히 설거지하는 분들, 주변 청소하는 분들, 각자의 자리에서 열심이다.

설거지까지 모두 마치고 가정방문을 하기로 한다. 마침 전도사님들이 다섯 분이 참석하였기에 심방 조장을 삼았다. 심방시 주의사항과 해야 할 행동 등을 말해 주고 조 편성을 했다. 나까지 6조로 나눠서 소록도 이용하 집사님께 각자의 집에 인솔을 부탁했다. 운전하실 분들은 잠을 자도록 했다. 돌아갈 때를 대비해서 잠을 자 둬야 한다. 각 조별로 심방을 간다. 나도 조원을 이끌고 며칠 전에 병원에서 암수술을 받고 퇴원하신 어르신 댁을 방문한다. 기도와 찬양, 그리고 어르신의 간증, 기도 부탁 등을 하면서 소중한 시간을 보낸다. 미리 준비했던 얼마간의 돈을 약 사먹는데 사용하시라며 이불속에 넣어 드렸다. 항상 교회에 감사헌금으로 드렸었는데 이번에는 어려운 처지에 있는 다른 어르신과 투병 중에 있는 어르신께 드렸다. 다른 집에서도 찬송소리와 기도소리가 요란하다. 시간이 되어 인사를 드린 후 밖으로 나온다. 정자에 앉아서 단체로 사진도 한 장 찍는다.

가정 방문을 마치고 나오는 봉사자들의 눈자위가 붉다. 많이 울었는가 보다. 이번에는 병원 심방을 가니까 부지런히 따라 오시라고 했다. 이것저것 구경하느라 늦게 온 봉사자들은 병원에 들어가지 못했다. 노인 병동과 일반 병동을 방문했다. 에어리언 이라고 표현하면 더 이해가 빠를 것이다. 오랜 투병생활을 하명서 임종에 가까운 어르신들의 모습이다. 어르신들의 손을 잡고 기도를 해 주는 봉사자들. 모두가 감사하다. 시간이 아쉽다.
병원 심방까지 마치고 예배당으로 모이게 했다. 서로의 소감도 들어 보고 다음 일정을 알려주는 시간이다. 소감들이 각자 다르지만 모두가 감사하다는 것이었다. 단체 사진을 찍고 일부는 먼저 철수를 하고 나머지는 여수 애양원에 들려 사랑의 원자탄 ‘고 손양원 목사’님의 기념관을 견학하기로 했다. 짧은 일정이지만 알차게 보내려고 많은 노력을 한다. 서로가 협조를 잘 해준 덕분에 모든 게 순조롭다. 애양원에서 손양원 목사님의 일대기를 견학하고 나온 봉사자들의 가슴에는 모두가 뜨거운 감동이 일어난다고 한다. 마지막으로 기념 촬영을 한 후에 차에 오른다. 이젠 집에 가는 일만 남았다. 중간에 휴게소에 들려 저녁을 먹고 부지런히 차를 달린다. 운전하며 졸지 않도록 수시로 전화도 하며 차를 달린다. 그러고 보니 이틀 동안 잠을 한숨도 자지 못했다. 그래도 가슴 뜨거운 감동을 간직한 채 집으로 차를 달린다. 자오 쉼터에 도착하니 자정이 넘어가고 있었다. 봉사자들이 모두 집에 도착했다는 연락을 받고서야 자리에 눕는다. 졸음이 밀려온다. 주님……. 감사합니다.

2005. 6. 7

‘봉사는 중독되고 행복은 전염되는 세상을 꿈꾸는 사람들’

http://cafe.daum.net/jaonanum

-나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