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5. 6. 24. 10:29ㆍ신앙간증
정일봉
부흥회가 시작된 날은 내가 교회에 나간지 2개월쯤 됐을 때였다. 당시 인천 성지교회를 담임하는 하영식 목사님께서 강사로 나와 사자후를 토하셨다. 말씀 가운데 예수님께서는 우리 같은 죄인을 사랑하신다는 부분이 내 가슴을 파고들었다. 몸이 감전된 것처럼 떨렸다. 지난 40여년 동안 지은 죄들이 활동사진처럼 스쳐 지나갔다. 내 의지와는 관계 없이 온 얼굴이 눈물과 콧물로 범벅이 되었다. 주님께서 넓은 들판에서 무릎을 꿇고 있는 우리 가족에게 안수해주시는 장면이 떠올랐다. 형용할 수 없는 기쁨이 몰려왔다. 입에서 방언이 튀어나오고 하나님을 소리 높여 찬양했다. 성령 체험이었다.
나는 비로소 새 사람으로 거듭났다. 탕자 정일봉이 하나님의 사람으로 새롭게 태어난 것이다. 세상이 온통 새롭게 조성된 것처럼 보였다. 그 새로운 세상이 너무 아름다워 보였다. 마치 하나님이 태초에 창조하신 에덴동산처럼 보이기도 했다. 주위 사람들이 무척 사랑스러웠다. 그들이 모두 예수님인 듯했다.
문득 집 생각이 났다. 갑자기 집에 가고 싶다는 생각이 밀려들었다. 밤 12시. 평소 술판을 벌일 때는 초저녁이었는데도 귀가하기에 너무 늦다는 생각이 들었다. 부리나케 집으로 달려갔다.
집에 들어가자 소파에 앉아 있는 아내의 눈이 무서워 보였다. 평소에는 아무리 늦게 들어가도 아내에게 미안한 생각이 없었는데 이 날은 달랐다. 평소엔 아내가 바가지를 긁더라도 대충 무시하고 지나칠 수 있었지만 이 날은 그럴 수 없을 것 같았다.
나를 노려보고 있는 아내 앞에 무릎을 꿇었다. “여보,미안하오. 여보,사랑해. 여보,미안하오. 여보,사랑해”를 반복했다. 그리고 “부흥회는 내일까지이니 당신이 좀 이해해줘”하며 애원했다.
아내는 내가 교회 나가는 것을 무척 싫어했다. 뒷날 아내의 말에 따르면 내가 은혜 받고 있을 부흥회 시간에 자신은 아파트 10층에서 뛰어내리고 싶은 충동을 느꼈다고 말했을 정도였다. 이는 분명 마귀의 사주였을 것이다. 우리 가정에 예수님이 찾아오는 것을 막으려는 마귀의 장난이었다.
그러나 하나님께서는 모든 것을 이기시는 분이다. 전능하고 전지한 그분을 당할 자는 세상에 아무도 없다. 나는 이미 그때 그런 하나님에 대해 알기 시작했다. 하나님이 주시는 용기와 능력도 갖춰가고 있었다. 아무리 강하게 막아도 하나님께 향한 내 마음을 제지할 수 없었다.
그리고 내 생활도 180도 바뀌었다. 변하려고 하지 않았는데도 모든 게 변했다. 내가 받은 숱한 은혜 가운데 가장 두드러진 것은 ‘망각의 은혜’였다. 지난 날의 죄와 허물도,좋아하던 술과 담배도,가끔씩 저질렀던 폭력과 도박도 모두 기억속에서 사라졌다. 물론 밤마다 괴롭히던 아버지의 환상도 깨끗이 없어졌다.
성령 체험 후 동료 의사들과의 첫 회식자리였다. 술잔을 받은 나는 “요즘 몸이 안 좋아서 술을 못 마신다”는 말을 나도 모르게 내뱉었다. 술맛에 대한 기억을 완전히 잃어버렸다. 주종불문에 두주불사였던 내가 이렇게도 변할 수 있나 싶은 게 마치 꿈을 꾸는 듯했다. 하루 2갑 이상을 피워대던 골초였던 내가 앞에 앉은 친구 콧구멍에서 담배연기가 나오는 게 신기해 보였다. 참으로 하나님은 위대하시다는 걸 뼈저리게 느끼는 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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