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인 김미화(41·기쁜소식교회)씨는 심각한 바이러스에 감염돼 있다. 특이하게도 이 바이러스의 감염 증세는 악화될수록 ‘나눔과 봉사’를 더 많이 실천하게 된다는 것. 바이러스의 이름은 ‘행복’이다.
김씨는 “나눔을 실천하면서 행복이라는 이름의 바이러스에 감염됐다”며 “치료방법이 없다고 하니 어떡하냐”고 엄살이다.
그 덕에 김씨가 홍보대사나 기획·운영위원으로 활동하고 있는 단체는 세계청년봉사단,녹색연합,참여연대,정신대대책협의회,유니세프,여성단체연합…. 읽다 보면 숨이 찰 정도다. 이것도 모자라 올해는 지난 2일 폐막한 기빙엑스포에 이어 10월4일 천사데이 홍보대사까지 맡았다. 그렇다고 행사장에 얼굴이나 내미는 말뿐인 홍보대사로 생각한다면 오산이다. 김씨에게는 ‘나눔’에 대한 확고한 철학이 있기 때문이다.
“나눔은 남는 것을 주는 게 아니예요. 자신이 갖고 있는 것을 주는 것,몸으로 봉사하는 것이 진정한 나눔이지요. 연예인으로서 제가 할 수 있는 나눔은 홍보대사라고 생각합니다. 많은 분들에게 큰 사랑을 받았고 그 사랑을 다시 되돌려 드려야지요.”
어려운 이웃을 돕기 위해 시작한 나눔활동이지만 오히려 얻는 것이 많다.
“봉사활동을 하고 나면 마음 속 묵은 체증들이 내려가는 느낌이에요. 도움을 주러 갔다가 오히려 감동을 받기도 하고. 한번은 치매노인 환자들의 요양시설에서 노래자랑 사회를 봤어요. 가수도 없이 저 혼자 진행하려니 막막했죠. 그런데 너무 열심히 노래하고 즐거워했어요. 그분들에게 작으나마 기쁨을 줄 수 있다고 생각하니 저까지 기뻤어요.”
나눔활동을 하면서 얻은 것은 또 있다. 체계적인 나눔활동을 하기 위해 2001년 입학한 성균관대 사회복지학과를 4년만인 지난 2월에 졸업한 것.
“연예인은 제대로 졸업하기 힘들다는 교수님들의 예상을 보기좋게 뒤엎은 거죠. 제가 잘 나서라기보다는 사회복지학이라는 과목의 특성 때문일 거예요. 이론보다 경험이 중요한 과목이잖아요. 다양한 복지시설에서 활동한 것이 학교 공부에 많은 도움이 된 것 같아요.“
하루 24시간도 모자랄 만큼 바삐 움직이는 것이 쉬운 일은 아닐터. 작은 체구 어디에서 그런 힘이 나올까 궁금했다. 그녀는 기도라고 주저없이 말했다. 지난 2일 기빙엑스포2005 폐막식 행사 사회를 맡아 무대에 오르기 전에도 김씨는 조용히 눈을 감고 ‘늘 지켜 주시는 하나님께’ 기도했다. 이날 뿐만 아니라 그녀는 방송이건 공연이건 모든 순서의 시작을 기도로 준비한다.
“교회는 저에게 특별한 곳이에요. 가난한 제가 사탕과 빵을 먹을 수 있는 곳이 교회였거든요. 그렇게 시작한 믿음이 중·고등학생 시절 기독교 학교를 다니면서 온전히 성장할 수 있었어요. 또 제가 연예인의 ‘끼’를 발견한 것도 하나님 덕분이에요. 고등학교 때 종교부장을 맡아 군부대 위문공연에서 사회를 봤는데 그때 나에게 남을 웃기는 재주가 있구나 하는 걸 알게 됐거든요.”
김씨는 “자식을 위해 하나님께 드리는 부모의 기도는 정말 귀하다”며 “어머니를 전도한 것은 나이지만 지금 나를 지탱해 주는 것은 어머니의 기도”라고 고백했다.
인터뷰를 마칠 즈음 김씨의 핸드폰 벨이 울렸다.
“죄송합니다. 제가 그날은 만날 수 없을 것 같습니다. 예,제가 봉사를 가야 하거든요.”
만남의 요청을 정중히 거절하고 전화를 끊은 김씨가 웃으며 말했다.
“올 가을은 유난히 행사들이 많네요. 저를 필요로 하는 이웃들도 많고. 아무래도 행복 바이러스에 감염된 이상 완치되기는 어려울 것 같아요.”
서윤경 기자 y27k@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