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깡통교회의 깡통목사’로 널리 알려진 전주 안디옥교회 이동휘(71·바울선교회 대표) 목사가 새롭게 인생 후반전을 시작한다. 이 목사는 26일 오후 3시 퇴임예배를 드린 뒤 평생 공들여온 바울선교회를 위해 여생을 불태우게 된다. 그는 후임 목사(박진구 선교사)에게 어떠한 부담도 주지 않기 위해 아예 전주를 떠날 예정이다. 박 목사는 싱가포르 미국 등지에서 15년간 선교 사역을 펼친 선교사이자 선교동원가이다.
선교사 출신을 후임으로 세웠듯이 이 목사에게 선교는 삶의 모두였다. 평소에도 “우리 교회가 선교를 많이 하는 교회로 알려져 있지만 선교는 크리스천이라면 당연히 해야 할 몫”이라고 선교를 강조해왔다.
이 목사는 특히 화려한 교회 만들기에 여념이 없는 시대 흐름에 반해 개척 초기부터 검소와 절제의 본을 보이며 이 땅의 그리스도인들을 향해 ‘불편하게 살자’고 외쳐왔다. 그는 ‘교회를 건축해야 부흥한다’는 신화를 깨뜨리며 별난 목회를 했다. 이 목사는 1983년 3월27일 개척한 안디옥교회를 처음부터 선교공동체로 만들었다. 그는 600만원 전세금으로 퀀셋 건물을 얻어 첫 예배를 드리면서부터 선교를 시작했다. ‘깡통교회 목사’란 말은 이때 붙여졌다. 그는 교회 재정의 60%는 반드시 선교를 위해 써야 한다고 공포했다. 실제로 구제비까지 포함하면 안디옥교회는 재정의 70% 이상을 이웃을 위해 쓴다. 성도가 드리는 십일조는 100% 선교비로 지출한다. 개척 첫날 선포한 이같은 목회철학은 현재까지 이어져 왔다.
안디옥교회는 교인 수가 1만명을 넘어선 대형교회이지만 교회 버스는 물론 이 목사 전용차도 없다. 교회는 1년 예산을 세우지 않고 매월 결산만 보고할 뿐이다. 어린이 교회학교 중?고등부 대학부 찬양대 등 교회의 모든 기관에 대한 재정 후원을 하지 않는다. 찬양대 지휘자 반주자 등 봉사직은 어떤 보수도 일절 받지 않는다. 성탄절에 그 흔한 선물도 없다.
그 대신 교인들은 찐빵을 제조,판매해 카자흐스탄 선교비 등을 지원한다. 교회의 관심은 선교에만 집중되지 않는다. 교회에 중증 장애인들이 서빙하는 ‘함께 나눔’ 카페를 개설했고 장애인들이 마음껏 일할 수 있는 비누제조사업 터전을 마련,자립기반을 제공했다. 1986년 안디옥교회를 중심으로 창립된 바울선교회는 3월 현재 77개국에 317명의 선교사를 파송한 대형 선교회로 성장했다. 이밖에 안디옥교회는 외국인의료선교센터 운영,농어촌 목회자 지원,윤락녀 전도 등에도 힘쓰고 있다.
이 목사는 교인들에게 “하나님이 내게 맡겨주신 임무가 끝났으니 매우 기쁘다”며 “좋은 후임자를 모셨으니 선교와 구제활동에 전력을 다해 달라”고 당부했다고 한다.
한편 그의 목회 사역에 대해 한국 교회의 반응은 매우 긍정적이다. 목회자들은 한결같이 “내가 아니면 안된다는 독선에 빠지기 쉬운 시대에 큰 감동을 준다”고 평가했다. 김명혁(한국복음주의협의회 회장) 목사는 이 목사의 삶을 ‘소박하고 겸손하며 온유하고 욕심이 없는 것’으로 집약해 표현했다.
함태경 유영대 기자 zhuanjia@kmib