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님 나를 인도하시니

2005. 7. 8. 10:55신앙간증

허원기집사 간증문 

나는 충청도 두메산골 유교문화권에서 형성된 샤머니즘(shamanism)家의 양천 허씨 6대 장손으로 태어났다.

부모님은 내가 감기만 들어도 무당을 불러 굿을 했고, 1년이면 10여 차례나 되는 제사를 모시면서 철저한 유교 관습에 따라 장손으로서의 나를 양육시키셨다.

모태신앙 아내 만나 교회 다녀

28세 되던 해에 나는 모태신앙인인 아내를 만나 결혼 했다. 아내는 믿지 않는 시부모님과 나를 전도하기 위해 눈물과 기도로 무던히 애를 썼는데, 그 결과 결혼 후 5년째 되던 해부터 어머님이 교회에 나가시게 되었고, 나 역시 아버님의 꾸중을 들어가며 교회에 나가게 되었다.

내 생애에 본격적인 시련이 시작된 것은 어머님께서 중풍에 걸리신 뒤부터였다. 어머님은 8년여 세월을 고생하시다가 결국 하나님 나라에 가시고 말았다.

어머님이 돌아가신 후에도 아버님은 유교가문의 뿌리를 지키기 위해 무던히 애를 쓰셨는데, 얼마 후 아버님마저 어머님이 앓으셨던 중풍으로 자리에 눕게 되셨으며, 치매 현상까지 겹쳐서 이만 저만 고생을 하신 게 아니었다. 아버님은 병중에 주님을 영접하셨기에 아내는 우리 가정이 이제야 비로소 하나님을 섬기는 믿음의 가정이 되었다고 기뻐하였고, 사회적으로는 나와 함께 교직 생활을 하며 시어른 간병에 두 아이들 뒷바라지 하면서도 새벽기도와 여전도회 회장 등 일인 다역을 열심히 감당했다.

아내에게 찾아온 뇌종양

그러던 아내에게 내가 교직생활 중 신분상승의 마지막 단계인 교장에 승임되던 해(1992년)에 뇌종양이라는 불치의 병마가 찾아왔다. 나는 중풍과 치매로 사리분별을 못하고 누워계시는 아버님과 뇌종양으로 입원한 아내까지 두 사람의 환자를 돌보아야 하는 처지에 놓이게 되었다.

하나님의 일꾼이요 우리 가정에 없어서는 안 될 아내에게 왜 하나님께서는 이런 몹쓸 병에 시달리게 하셨는지, 부족한 내 믿음에 때론 원망도 해 보고 탄식도 하면서 인고의 세월을 보냈다. 아내는 7년이라는 세월을 병상에서 보내며 10여 차례의 수술을 받았지만 끝내 소생하지 못하고 하나님의 부르심을 받고 말았다.

다시 만난 동반자

그 후 혼자되어 생활하는 동안 인천광역시 17,000여명의 교원으로 구성된 교원단체연합회장 선거에 당선되어 3년간 회장직을 수행하였고, 4년 전에는 인천시교육감 선거에 참여하여 선전하였으나 엄청난 음해문서가 투표 2-3일 전에 대량 살포되어 실패하였으며, 그 이듬해에는 인천광역시 제4대 교육위원 선거에 나아가 당선됨으로써 오늘에 이르기까지 의정활동을 수행하고 있다.

‘홀아비는 이가 서 말이고 홀어미는 은이 서 말’이라는 말들을 하면서 홀로 지내는 나에게 주변에서는 끊임없이 재혼할 것을 권유해 왔다. 그러나 긴 세월을 나와 자식들, 그리고 시부모님을 위해 믿음 안에서 헌신하다가 하나님 곁으로 간 아내를 생각하며 남은 인생을 혼자 살아가겠다고 다짐하곤 했다.

그런데 상처한 지 5년째 되던 어느 날, 나도 놀랄만한 일이 벌어졌다. 믿음이 가는 어느 분의 소개로 한 여성을 만나게 되었는데 하나님께 기도를 드려보니 마음에 합당한 사람이라는 확신이 왔다.

1년여의 교제 기간을 거친 뒤 새 가정을 이루고 나서야 모든 것이 하나님의 은혜와 섭리였다는 것을 깨닫게 되었다. 새로 맞이한 아내는 본래 국어국문학을 전공했으나 뒤늦게 신학에 입문하여 서울에 있는 큰 교회에서 전도사로 봉직하다가 나를 만나 결혼하게 된 것이다.

나는 믿음이 부족해서인지는 모르나 고난 중에 역사하시는 주님의 은혜를 당시에는 깨닫지 못하는 것 같다. 그 고난의 강을 건넌 후에야 그때 왜 주님이 그리하셨는가를 깨닫곤 한다.

그동안 늘 바쁘다는 핑계로 주님이 기뻐하시는 일을 많이 하지 못했다. 새벽기도로 하루를 시작하는 아내를 보면서 나 역시 신앙에 대해 욕심을 내야 되겠다는 생각이 요즘은 부쩍 더하다. 그래야 후일 하나님 나라에 갔을 때에 부끄러운 구원을 면케 되지 않겠나 하는 생각이 든다.

이제는 각기 가정을 이루고 신앙생활 잘 하며 안정되게 살아가는 자식들을 보면서 하나님의 사랑에 감사를 드린다. 아울러 우리내외에게도 사랑과 평안으로 인도하시는 하나님께 무한 감사와 영광을 올리는 바다.

허원기 집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