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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의 준비를 하셔야 할 것 같습니다.”
2004년 10월,의사로부터 청천벽력 같은 소리를 들었다. 아내에게 감기 기운이 있는 것 같아 병원을 찾았는데,의사는 도무지 믿기지 않는 말을 했다. 의사가 나를 조용히 부를 때만 해도 이렇게 심각할 줄은 몰랐다. 너도 나도 단풍구경을 간다기에 나도 시간을 내서 가족들과 어디 가까운 산이라도 가볼까 하던 차에 이게 무슨 날벼락인가.
처음 병원에서 결핵일 가능성이 높다며 입원을 권할 때만 해도 결핵이 아니기만을 바랐다. 그런데 유방암의 암세포가 폐로 전이되어 손을 써볼 수 없을 정도라고 하니 이게 무슨 말인가. 순간 둔기로 머리를 얻어맞는 충격과 함께 내 몸은 끝없는 낭떠러지로 추락하는 듯했다. 의사가 보여주는 사진에 아내의 폐는 마치 까만 밤하늘에 흰 눈이 내리는 것 같았다.
“선생님,자세히 좀 설명해주세요. 마음의 준비를 하라는 말이 무슨 뜻입니까?”
겨우 혼미해진 정신을 수습해 의사에게 물었다. 물론 그 말의 뜻을 알긴 했지만 정확하게 확인하고 싶었다. 곤혹스러운 듯 안경을 벗어 몇 번 눈을 비비고 난 뒤 내놓은 그의 말은 더욱 충격적이었다.
“6개월 정도가 한계일 것 같습니다. 환자의 몸 상태로 볼 때,아무리 잘 해도 1년 이상은 살기 어려울 것 같습니다. 병원에서는 특별히 해줄 방법이 없으니 퇴원해서 요양하는 것이 좋을 것 같습니다. 알아서 판단하세요.”
의사의 방을 나온 나는 한동안 멍했다. 그리곤 애써 이성을 챙겼다. 이 사실을 아내에게 알려야 하나,아니면 숨겨야 하나부터 걱정했다. 도저히 내 입으로는 말하지 못할 것 같았다. 나도 모르게 내 발걸음은 병원을 벗어나 교회로 향하고 있었다. 다행히 목사님이 계셨다. 다짜고짜 목사님의 손을 잡고 눈물을 쏟아냈다. 목사님은 감을 잡으시고는 나를 끌어안고 기도를 하셨다. 신앙을 가진 것이 참으로 좋다는 생각을 했다. 그 길로 목사님은 내 손을 잡고 병원으로 돌아와 아내에게 안수기도를 해주셨다. 결국 아내도 알게 됐다.
“언젠가는 이런 날이 올 줄 알았습니다. 저는 이미 내 목숨뿐만 아니라 모든 것을 하나님께 맡겼습니다. 여보,용기를 잃으면 안 됩니다. 혹시 잘못 되면 아이들을 잘 키워주세요.”
아내는 의외로 담담했다. 북받쳐 오르는 감정을 도저히 견디지 못해 얼른 병실 밖으로 나와 엉엉 울었다. “주님,이제 어떻게 하시렵니까? 다음엔 우리에게 무엇을 주시려고 이러십니까?” 교회에서도 비상이 걸렸다. 건축위원장의 가정에 큰 문제가 생긴 것은 교회의 위기라며 전 교인이 기도에 나섰고 전 교인 3일 금식기도까지 했다. 역시 기도의 힘은 무서웠다. 아니,기도의 힘은 무한대였다.
아내는 지금도 생존해 있고,집안일뿐만 아니라 교회 일을 열심히 하고 있다. 주위 사람들은 기적이라고 한다. 최근 검사에서도 암세포가 더 이상 전이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의사는 “이해할 수 없는 일”이라고 한다. 그러나 나와 아내는 알고 있다. 우리의 하나님은 ‘여호와 라파’,치유의 하나님이시다.
여기서 분명히 이야기할 분이 있다. 장모님인 임원기 권사님이다. 장모님은 50대 중반 자궁암에 걸린 뒤 간절한 기도로 하나님의 치유 손길을 체험하고서 26년 동안 한 번도 병원에 가지 않고 건강하게 살고 계신다. 그렇기에 장모님은 딸의 충격적 소식을 듣고서부터 사력을 다해 기도하셨다. 그분은 지금도 우리 집에서 함께 살면서 엄청난 기도의 제단을 쌓아가신다.
그렇다. 장모님과 아내의 믿음은 언제나 내 신앙생활의 등불이다.
미련한 다섯 처녀(마 25:7)처럼 되지 않고 항상 기름을 준비하여 신랑이 올 때 기쁘게 맞이하고자 노력하는 두 분을 보면서 위대한 하나님의 존재를 끊임없이 확인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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